動 과 靜
한 장 남은 달력이 벽에 착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유난히도 쓸쓸하다.
저 까만 숫자가 하나씩 앞으로 지워지고 나면 올 한해도 가는구나.
창문을 열어 휘리릭 바람들여 그 고요를 깨고 싶어진다.
한 해의 마무리도 내가 올 한해에 시작할 때의 설레임으로 씩씩거리면서 마무리할 기운이 없을까?
작년에 시작한 공부를 한 학기 걸쳐 둔 채로 늦 바람나듯 새로운 걸 덜컥 시작하고 말았으니
시작했으니 이미 반은 가 있을터인데 자빠지든 엎어지든 가면서 견뎌볼 일이다.
덜 익숙한 사회생활에 이리 저리 시작한 것들이 버겁다.
정신을 한 쪽에다 놓고 보면 저기엔 나가있었고,
저기에 정신 팔고 보면 여기엔 비어있었다.
후...정신놓고 챙기고를 반복하면서 요 놈의 마음속에 강단지게 새기지만 이미 가고 오는 시간들이었다.
긴 출퇴근 시간에 정리하고 준비하고 그러다가 세상사 다 놓고 졸다가 목적지에 내리곤 하는데
졸고 있어도 나의 일학기 공부는 마쳤다, 정신 말똥거리고 그 날 일과를 준비하고 생각하고 하였건만 새로 시작한 또 다른 공부는 엉망이고 진창이었다. 정신 놓고 다니었어도 나의 일정은 일년을 잘도 버텨왔구나.
이 학기에는 훨씬 수월하다는 걸 느낀 걸 보니 익숙해졌다라고 해야할련지...
버스가 오네, 뛰면 탈 수 있겠구나 하지만 다음에 타자... 왜 인지 지금의 이 나이에 무언가에 뛴다는게 육신에게는 벅차,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 정신은 숨이 차 오를 만큼 뛰어가고 있었으니 시험을 마친 지금에야 그 걸 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오늘은 들어본다. 참으로 바빴구나 이렇게도 감미로운 음악을 내 정신에 들여놓질 안했을까...출퇴근 시간에 귀에 한번쯤 꽂고도 갈 만하겠구만 그 시간마져도 허락하지 않았었구나. 버스안에서도 내 귀에는 강의내용이 먼저 들어와 있었고, 어느 날에는 세상을 넘겨줄 만한 고요를 잠으로 채웠으니 지금은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