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신정일
떡과 밥에 관한 말은 한 마디도 없더라
-떡, 밥, 술 우열 가리기-
세 유생이 모여 책을 읽는데 어떤 사람이 쌀을 보내왔다.
한 사람은 술을 좋아하고,
한 사람은 밥을 좋아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떡을 좋아하였다.
그래서 세 사람이 글을 지어 승부를 가리기로 하였다.
떡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온 술은 먹지 않고 밥은 때 아니면 먹지 않는다."하였고,
밥을 좋아하는 사람이 "술은 위의를 손상시키며 떡은 배를 채울 수 없다." 하였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린애는 떡 달라 울고, 굶주린 사람이 밥을 찾는다.
옛날 요 임금은 천 사발의 술을 마셨고,
순 임금은 그 술을 백 잔을 마셨으며,
우 임금은 그 술을 마시고 달다 하였고,
고종은 단술을 만들도록 명령하였으며,
강숙(주공의 동생)은 덕이 커서 취하지 않았다,
공자는 유주무량이요,
진나라 평공은 술잔을 날랐으며,
위나라 문제(조비)벌주를 머셨으며,
백륜(죽림칠현의 한사람인 유영의 자)은 주덕송을 지었으며,
낙천(백거이)은 술의 공을 찬양하고,
초화는 주보를 지었으며,
서막은 성(성은 청주, 현은 탁주)을 말하였다.
뿐만 아니라 하늘에는 酒星이 있고.,
땅에는 酒泉이 있으며,
고을에는 酒鄕이 있고,
신선에 酒仙이 있으니
예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두 술을 찬양하였지,
떡과 밥에 관한 말은 한 마디도 없더라."
이래서 술을 사게 되어 좋아하니.
떡을 좋아하는 사람은 냄새만 맡고 취하였으며,
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잔을 잡더니 쓰러지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가득 찬 잔을 당겨 술기운이 오르도록 마시며
몹시 즐거워 하였던 것이다.
-권별, 해동잡록 권4, 대동야승 권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