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주워 온 자식

방울꽃 2010. 10. 10. 17:34

마당 입구에 데려다 놓아 둔 녀석이 있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있을 여유도 없고,

낯선 곳에 와서 뿌리 내리는데 힘이 들 텐데,

잘 적응하는지 살펴볼 여유도 없고,

티끌이 내려앉았는지 살갑게 어루만질 여유도 없다.

오고 가면서 눈 한번 마주치고,

멀리서 나마 전해질지 모르는 숨결을 전해주고

버리지 않을 주인의 눈짓을 전해주고

 

 

햇빛 내리는 날이면 온 몸으로 받아 곳곳을 키우고

달 밝은 밤이면 달빛 받아 즐겨 자랄 것이고,

이슬 내리는 날이면 이슬 받아 잎을 맑게 키우고

비오는 날이면 빗물 받아 뿌리를 깊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같이 흔들리며 줄기를 가지런히 하고

천지만물이 다 너를 키우는구나.

 

 

어쩌다 버려졌는지,

어르고 만지고 들여다보았던 자식이지만

인정머리 없는 인심이 물고 빨고 침을 튀기고,

곱다고 입이 벌어지게 소리소리 짓다가도

꽃 지고, 잎떨어지니 종잇장처럼 내 버리는 것이었구나!

땅을 지질 불볕 속에 너를 보니 내 자식이 된다.

가슴도 심지도 바삭바삭 말라가는데 내 심장이 멎어간다.

할딱거리는 맥을 놓고 생 다하기만 기다리고 있구나!

 

 

발 없이 버려진 놈.

버려진 것이면 다 데려다 놓고 싶다.

죽어가는 것이면 다 살리고 싶다.

약한 것이면 다 보살피고 싶다.

버려지고, 죽어가고, 약한 것이면

다 내가 된다.

 

 

인간이나 풀꽃이나 버려진다는 것은 서러운 눈물이다.

좁은 셋방에 들일 수도 없으니 내 창 앞에서 살아가려무나.

고단한 하루 재우는 내 숨소리도 들어주고,

슬픈 속을 뭉쳐내는 내 눈물도 들어주고,

바윗돌 같은 내 한숨도 들어주고,

가끔은 창문을 들썩이게 할 웃음소리도 들어주고,

너는 내가 되어라.

 

 

 

우아한 너는 강한 놈은 아니란다.

웃음 속에 불러 두고 눈 마주치며 곁에 두는 놈이란다.

그늘지고 따뜻한 곳에 화사한 빛깔로 고운 눈빛 받는 귀한 놈이란다.

 

어느 때는 새 살이 돋는가! 했더니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을 줄줄이 달고 나를 향해 있다.

네가

내 정이 그리운 거로구나

내가

네 정이 그리운 걸 알고 있구나!

 

잎에 맺힌 빗방울이 맑아서 좋다. 마주 친 꽃이 반갑구나!

우리 서로 그리운 마음 품고 예쁘게 살자구나

마당에는 주워 온 서양난이 세 송이의 꽃을 달고

꽃 자줏빛 눈웃음으로 나를 향해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