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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어 선생

방울꽃 2018. 12. 15. 01:00

북한에서 무서워서 못 쳐들어 온다는 중2 남학생 한 녀석을 가르치는 학원선생

 

초3때에 들어와서 지금에 이르렀으니 오랜시간 같이 성장하고 있다.

중학생이 되려니 영어가 싫증났는지 기존의 영어선생을 배신하고 나랑한다고

나는 처음으로 영어를 지도하게 되었지 아니,

오래전에 과외를 잠깐하고 놓았었지

 

난 영어를 좋아했어

초6때 큰집 오빠에게 서너달인가 과외를 받은게 계기가 되어

중학교내내 거의 만점이었고 덕분에 흥미를 가졌지

가정형편이 기울어서 고등학교는 고학을 했고

대학도 만학으로 마치고 현직에서 초,중아이들 지도하고 있지

나이가 들어 퇴직을 앞두다 보니 물러나기 전에 꼭 영어를 지도해 보고 싶은거야

그래서 늦게 결정을 했는데 참 잘했어

 

그 녀석 처음 단어 암기가 안되어서 한시간 수업에 40분이 넘도록 몇 개를 못외우는거야

고심끝에 내가 해 온 방법을 했지

나의 중학시절 교과서를 거의 외웠거든

줄반장에게 본문 외우기 테스트 받고, 줄반장은 선생님께 테스트 받으면 20점, 시험으로 80점

그러니 거의 다 외우게 되는거지

그렇게 외우다 보니 단어 외워지지, 문장 외우다보면 문법 깨우치지

자연스럽게 암기력 느는거지

 

이 녀석 나의 시험자가 된거지

단어쓰기 8번씩 20여개정도 숙제, 그걸 받아쓰기 매일하고 수업시작

처음 개념은 동영상 들어라. 그럼 난 지켜만 보는거야 목 아플일 없어

그 다음은 본문 간단한 해석만 설명하고 외워서 받아쓰기

계속 돌아가면서 하다가 시험 2주정도 남겨두고 문제 풀자.

복사해서 또 풀자. 두 세번 중간중간 중요한 부분은 직접 문제 만들어 풀어보자.

나도 힘들지않고 학생도 그냥저냥 하는 듯한데 잘 따라하네

지지리도 못하던 40점대 녀석 꾸준히 올라 80점대 진입하네

 

난 내가 하고 싶어 너를 선택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 했다. 그런데 너를 가르치면서

내가 참 재미있고 즐겁다. 사법부 공무원되고 싶어 공부하느라 청춘을 도서관에서 보냈고

매번 떨어져 상심했고 건강을 잃었고

자존감 다 잃고 보냈던 지난 날을 너로 인해 나를 찾아간다.

내년에는 중학생이 더 늘어난다. 오늘 내년을 기약하는 연락을 받고

나의 목소리에 힘이 차오른다.

사는 것도 즐겁게 꿈도 즐겁게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