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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
방울꽃
2019. 5. 31. 22:54
여리디 여리고,
일도 않고 공부만 했던 나
500여평의 넓은 집에 혼자 살고 있으니
완전 신나는 놀이터다.
안쓰던 몸을 많이 쓰니 아파온다.
밭을 가꾸자니 무리고
두자니 풀밭이 되겠고
어디는 풀을 멨다가
어디는 낫으로 베다가
어디는 천연농법도 쓰다가
약 안하고 작물키우기가 어렵고 어렵네
일어나 산책대신 두어시간 일하고
한줌씩 뜯은 찬거리로 반찬 만들어 먹고
싱싱한 과일들로 쥬스만들어 먹고
마늘, 양파를 수확해서 햇빛 잘 드는 마당에 펼쳐 놓고
나의 일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러
작은 강아지 황이에게 인사하고 나온다.
짬짬이 참깨도 심고
열무도 심고
옥수수 싹도 자라고
고구마 싹도 자라고
호박 싹도 자라고
오호라. 처음으로 자두가 열렸네
접붙인 감나무에서 싹이 언제 나올까
죽순은 아직 올라오지 않네
완두콩도 따고
딸기도 따고
매실도 따고
한 바퀴 돌다보면 한나절 가고
하루 휴일이 가고
누가 부르면 호미 내던지고 모자 눌러쓰고 놀다오고
일하기도 놀기도
참으로 바쁘고 재미있게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