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한시의 그늘에 서서/그림움들을 데리고
방울꽃
2005. 12. 1. 12:07
雲樹重重落照斜 구름 나무 겹겹인데 저녁 볕 기우느니
亂山靑映白茅家 뭍 산의 푸른 빛 초가집에 비치네.
樵兒晩帶村尨下 나무하는 아이는 저물녘 마을 삽살개와 내려오니
一束春柴半草花 한 묶음 봄 나뭇단엔 반이나 풀꽃이네.
-김진항(金鎭恒), <耳溪歸路 이계에서 돌아오는 길>
구름 가득 고여 머무는 높은 나무들은 겹겹이 쌓였는데 지는 해의 은은한 빛 속에서 어지러운 뭍 산봉우리의 푸른빛이 띳집에 비치어 듭니다. 산그늘도 저녁이 되어 시나브로 집 곁으로 내려서느니, 나무하는 아이도 그 산그늘과 함께 산을 내려옵니다. 살랑살랑 저녁 어스름을 지우는 삽살개의 정겨운 꼬리를 데리고 산그늘과 함께, 산을 데리고 시냇물의 흘러가는 물결을 데리고, 한 묶음 섶과 풀꽃을 데리고서…!
그렇게 시에 스미는 시간의 나이테는, 산과 삽살개와 저녁 빛과 시냇물과 섶과 풀꽃들을 정답게 더불고서 '그리움이 모여 사는 마을'로 내려와 풋풋한 풀꽃 향기 속에서 영혼의 저녁을 부드럽게 빛냅니다. 시의 마음이란 그렇게 정감의 물결 속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하나의 원을 만드는 것이 아닐런지요. 그 하나의 원 속에서 서로의 존재 안으로 미소를 얹어 줄 수 있는 삶, 그런 삶 속에는 자신이 삶에도 절로 미소가 번질 것입니다.
그런 미소의 눈빛이 있었기에, 그리움이 모여 사는 산밑 마을로 산빛도 내려오고 시냇물도 내려오고, 나무하는 아이와 삽살개를 따라 노을빛과 산의 섶과 풀꽃이 내려왔을 것입니다. 소박하나 그 그리움과 정겨움끼리 함께 모여 사는 삶이 있기에…! 서로의 삶에 미소를 얹어주듯, 이 시의 눈빛 위에다 이종문 님의 <하산(下山)>이란 시를 살며시 얹어 봅니다. 시간의 산을 넘어가는, 서로의 시심이 또 그리움과 정겨움으로 모여 살갑게 살아가도록!
이 세상 모든 그리움 산밑에 모여 산다.
산으로 떠난 사람 산을 내려오는 것도
산밑에 그리움들이 모여 살이 때문이다.
오디 빛 어둠 속에 유자 빛 등불 걸린
창호지 저편에서 딸깍대는 수저 소리,
그 소리 들리는 사립, 기대서는 것이다.
亂山靑映白茅家 뭍 산의 푸른 빛 초가집에 비치네.
樵兒晩帶村尨下 나무하는 아이는 저물녘 마을 삽살개와 내려오니
一束春柴半草花 한 묶음 봄 나뭇단엔 반이나 풀꽃이네.
-김진항(金鎭恒), <耳溪歸路 이계에서 돌아오는 길>
구름 가득 고여 머무는 높은 나무들은 겹겹이 쌓였는데 지는 해의 은은한 빛 속에서 어지러운 뭍 산봉우리의 푸른빛이 띳집에 비치어 듭니다. 산그늘도 저녁이 되어 시나브로 집 곁으로 내려서느니, 나무하는 아이도 그 산그늘과 함께 산을 내려옵니다. 살랑살랑 저녁 어스름을 지우는 삽살개의 정겨운 꼬리를 데리고 산그늘과 함께, 산을 데리고 시냇물의 흘러가는 물결을 데리고, 한 묶음 섶과 풀꽃을 데리고서…!
그렇게 시에 스미는 시간의 나이테는, 산과 삽살개와 저녁 빛과 시냇물과 섶과 풀꽃들을 정답게 더불고서 '그리움이 모여 사는 마을'로 내려와 풋풋한 풀꽃 향기 속에서 영혼의 저녁을 부드럽게 빛냅니다. 시의 마음이란 그렇게 정감의 물결 속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하나의 원을 만드는 것이 아닐런지요. 그 하나의 원 속에서 서로의 존재 안으로 미소를 얹어 줄 수 있는 삶, 그런 삶 속에는 자신이 삶에도 절로 미소가 번질 것입니다.
그런 미소의 눈빛이 있었기에, 그리움이 모여 사는 산밑 마을로 산빛도 내려오고 시냇물도 내려오고, 나무하는 아이와 삽살개를 따라 노을빛과 산의 섶과 풀꽃이 내려왔을 것입니다. 소박하나 그 그리움과 정겨움끼리 함께 모여 사는 삶이 있기에…! 서로의 삶에 미소를 얹어주듯, 이 시의 눈빛 위에다 이종문 님의 <하산(下山)>이란 시를 살며시 얹어 봅니다. 시간의 산을 넘어가는, 서로의 시심이 또 그리움과 정겨움으로 모여 살갑게 살아가도록!
이 세상 모든 그리움 산밑에 모여 산다.
산으로 떠난 사람 산을 내려오는 것도
산밑에 그리움들이 모여 살이 때문이다.
오디 빛 어둠 속에 유자 빛 등불 걸린
창호지 저편에서 딸깍대는 수저 소리,
그 소리 들리는 사립, 기대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