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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에게

방울꽃 2005. 12. 1. 21:48
은사시나무에게 / 양현근

엷은 바람에도
저토록 몸을 떨고 있는 것은
이승에 지은 죄가 많거나
네가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은 탓일 게다
백 마디 말보다
투명한 심중의 몸짓으로
엷기만 한 부재를 확인해 보고 싶은 거다

별 되지 못한 삶의 어룽들
후둑후둑 빛 꺾으며
하얗게 다짐하고 싶은 거다

세상의 가벼운 인연들이여
풀내 나는 삶의 건지들이여
가까울수록 천리만리가 되는 풍경들이여라고
쓸쓸히 외치고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