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가을은 말이 없다.
방울꽃
2005. 12. 1. 22:06
가을은 말이 없다.
가을은 말이 없다
달콤한 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래서 허전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벙어리의 거침없는
노출에
그냥 무너지고 만다.
할말은 많은데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은 많은데
가까이할 대상이 없는
것은
가을을 저만치에
벙어리로 세워두고
냉가슴의 무게에
입이 닫히고 다리도 짧아지고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자신을 지킬 집도 갖지 못한
시. 시 같은 나부랭이만 잔뜩
끌어안고 사는 나. 나이기에
이 가을
화려한
탈출을 꿈속에서조차
내색치 못한다.
가을아! 가을아!
더 이상은 옷을 벗지 말아다오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너는 태생부터가 벙어리였다고
그 한마디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