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지각생의 변명
방울꽃
2005. 12. 3. 22:18
나보다 좀 늦게 들어 온 딸이 씻고 거실로 나오면서 공부 좀 해야겠는데
엄마도 할 거냐고 묻는다.
난 그냥 자고 싶은데,
공부한다는데 옆에 있어주어야겠다 싶어 그러마고 했구만
요 녀석 할 생각은 안하고 티비만 쳐다보고 있더니,
즈네반 지각생 얘기를 한다.
언젠가 들었기는 하지만
신학기 초부터 날마다 지각을 해서 오리걸음을 한다는,
딸아이에게 맛 배기로 조금씩 전해들은 얘기를 늘어놓아 본다.
지각하면 담임선생님은 복도를 한 바퀴씩 돌게 하는데,
요 녀석 날마다 하다 보니 단련이 되어서 선생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써 돌고 온단다.
요즈음 체육대회 연습 중 그 실체를 확인했다고,
피구를 하는데 어찌나 날렵하고 멋지게 날리던지 선생님 여자애들이 반했단다.
그게 다 오리걸음 덕분이라고...
그 녀석의 모습을 그려보노라면,
주근깨투성이의 못생긴 얼굴에
큰 키에 비쩍 마른 것이
공부는 중간 쯤 하면서 학교에서 온갖 말썽을 부리는 남자아이라고,
명절 끝나고 학교 오기 싫어 삼촌 목소리로 아프다고 전화 했다가
들통 나 복도를 한 바퀴 돌고
여자 애들한테 호기심 많아 추근덕거리는 걸 애들이 선생님한테
일러바쳐서 복도 한 바퀴 돌고
그 선생님 제자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 십여 장의 정보를 빼서
주었다는데 그게 충족이 되었을지 싶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나의 딸래미
하얀 피부에 여드름투성인 얼굴에
큰 키에 잘 빠진 몸매를 가진 것이
공부는 아랫동네에서 놀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
항상 친구들이 많이 있고, 좋은 음악회는 잘도 쫒아다녀서 가끔 소감을 전해주고,
읽어 보니 좋은 내용이더라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 빌려다 주는 아이...
공부하겠다더니 꾸물거리면서 수다를 늘어놓는 거 봐라...
며칠 전에는 지각했지만 옆 반과 운동연습으로 이긴 덕분에
선생님 기분이 좋아서 벌을 안주었다고,
내일 지각하면 안 된다면서 자야 된다고 씨~익 웃고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기어드는구나,
그러니 내가 무슨 잠 안자면서 공부를, 나도 벅벅 잠자리로 파고들지,
하복이 이젠 안녕이라고,
춘추복도 이젠 안녕이라고,
빛바랜 교복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거 같더니만
꼭 끼는 동복으로 무슨 멋을 저리도 부릴까
지각하지 말라고 좀 일찍 깨워주었더니만,
욕실과 자기 방, 안방을 왔다리 갔다리 무어 그리 꾸미는지,
묶은 머리 모양은 새집모양으로 머리카락 요기조기 삐져나오고 핀은 몇 개나 꽂았는지
우리 때야 검정색에 하얀 칼라, 단발머리 옆으로 머리 가르고
핀 하나 꽂는 게 여중생의 모양이건만
지금은 교복색깔도 각기 다르고 머리모양도 자율이니 멋을 부릴만하겠구나.
학교 앞 문방구집 애들이 매일 지각한다했던가?
학교를 가까이 두고 있으니 어째 요즘엔 조금씩 더 늦어지는 거 같다.
남자들 제대 말년이 어찌 저찌 한다더니
오늘은 머리 묶지 않고 서둘러 가는 거 보니 어제는 지각해 벌을 받았나?
천천히 가서 오리걸음으로 체력단련하지 뭘 서두르느냐고 한마디 던졌더니
뛰어가면 지각 안하고 벨 울리기 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여유 있는 웃음까지
보내고 나간다.
매일 지각 벌로 체력이 잘 단련되어 오리걸음을 물찬제비처럼 잽싸게 한다는
고 남자아이 사이로 딸래미의 모습이 빼꼼히 보이고,
자기는 뭐 매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걸러서 한다나?
지각해서 벌 받는 모양을 짠하게 생각해야 하나
오늘은 선생님 기분 언짢아 복도 두바퀴 도는 체력 단련하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무언가 헷갈리게 되는 아침에 괜스리 푸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엄마도 할 거냐고 묻는다.
난 그냥 자고 싶은데,
공부한다는데 옆에 있어주어야겠다 싶어 그러마고 했구만
요 녀석 할 생각은 안하고 티비만 쳐다보고 있더니,
즈네반 지각생 얘기를 한다.
언젠가 들었기는 하지만
신학기 초부터 날마다 지각을 해서 오리걸음을 한다는,
딸아이에게 맛 배기로 조금씩 전해들은 얘기를 늘어놓아 본다.
지각하면 담임선생님은 복도를 한 바퀴씩 돌게 하는데,
요 녀석 날마다 하다 보니 단련이 되어서 선생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써 돌고 온단다.
요즈음 체육대회 연습 중 그 실체를 확인했다고,
피구를 하는데 어찌나 날렵하고 멋지게 날리던지 선생님 여자애들이 반했단다.
그게 다 오리걸음 덕분이라고...
그 녀석의 모습을 그려보노라면,
주근깨투성이의 못생긴 얼굴에
큰 키에 비쩍 마른 것이
공부는 중간 쯤 하면서 학교에서 온갖 말썽을 부리는 남자아이라고,
명절 끝나고 학교 오기 싫어 삼촌 목소리로 아프다고 전화 했다가
들통 나 복도를 한 바퀴 돌고
여자 애들한테 호기심 많아 추근덕거리는 걸 애들이 선생님한테
일러바쳐서 복도 한 바퀴 돌고
그 선생님 제자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 십여 장의 정보를 빼서
주었다는데 그게 충족이 되었을지 싶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나의 딸래미
하얀 피부에 여드름투성인 얼굴에
큰 키에 잘 빠진 몸매를 가진 것이
공부는 아랫동네에서 놀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
항상 친구들이 많이 있고, 좋은 음악회는 잘도 쫒아다녀서 가끔 소감을 전해주고,
읽어 보니 좋은 내용이더라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 빌려다 주는 아이...
공부하겠다더니 꾸물거리면서 수다를 늘어놓는 거 봐라...
며칠 전에는 지각했지만 옆 반과 운동연습으로 이긴 덕분에
선생님 기분이 좋아서 벌을 안주었다고,
내일 지각하면 안 된다면서 자야 된다고 씨~익 웃고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기어드는구나,
그러니 내가 무슨 잠 안자면서 공부를, 나도 벅벅 잠자리로 파고들지,
하복이 이젠 안녕이라고,
춘추복도 이젠 안녕이라고,
빛바랜 교복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거 같더니만
꼭 끼는 동복으로 무슨 멋을 저리도 부릴까
지각하지 말라고 좀 일찍 깨워주었더니만,
욕실과 자기 방, 안방을 왔다리 갔다리 무어 그리 꾸미는지,
묶은 머리 모양은 새집모양으로 머리카락 요기조기 삐져나오고 핀은 몇 개나 꽂았는지
우리 때야 검정색에 하얀 칼라, 단발머리 옆으로 머리 가르고
핀 하나 꽂는 게 여중생의 모양이건만
지금은 교복색깔도 각기 다르고 머리모양도 자율이니 멋을 부릴만하겠구나.
학교 앞 문방구집 애들이 매일 지각한다했던가?
학교를 가까이 두고 있으니 어째 요즘엔 조금씩 더 늦어지는 거 같다.
남자들 제대 말년이 어찌 저찌 한다더니
오늘은 머리 묶지 않고 서둘러 가는 거 보니 어제는 지각해 벌을 받았나?
천천히 가서 오리걸음으로 체력단련하지 뭘 서두르느냐고 한마디 던졌더니
뛰어가면 지각 안하고 벨 울리기 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여유 있는 웃음까지
보내고 나간다.
매일 지각 벌로 체력이 잘 단련되어 오리걸음을 물찬제비처럼 잽싸게 한다는
고 남자아이 사이로 딸래미의 모습이 빼꼼히 보이고,
자기는 뭐 매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걸러서 한다나?
지각해서 벌 받는 모양을 짠하게 생각해야 하나
오늘은 선생님 기분 언짢아 복도 두바퀴 도는 체력 단련하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무언가 헷갈리게 되는 아침에 괜스리 푸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