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한시의 그늘에 서서/바람이 전하는 숨은 향기
방울꽃
2005. 12. 17. 16:24
玉藏土石木爲潤 옥은 흙과 돌 속에 들었어도 나무가 빛이 나고
蘭沒肅艾風傳薰 난은 쑥 덤불에 묻혀서도 바람이 향기를 전하네.
只緣有實不可掩 오직 실(實)에 인하여 숨길 수가 없나니,
渠心非要人見聞 큰마음은 남이 알아줌을 구하지 않는고야.
-한수(韓脩), <題玉蘭上人詩卷 옥란 스님께>
(음:옥장토석목위윤 란몰숙예풍전훈 지록유실불가엄 거심비요인견문)
이 시는 `옥란(玉蘭)`이라는 스님께 드리는 예찬시입니다. 이 시가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 옥란이란 이름자를 1·2구에 한 자씩 그대로 인용하여, 그분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의 예찬을 빚어냈다는 점입니다. 옥란은 백목련(白木蓮)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 `곧음의 옥과 부드러움의 난`이라는 대구의 이원적 심상을 통해서 더없이 아름다운 비유의 빛깔과 향기를 발산합니다.
옛사람들은 옥을 천지의 정수이며 음양에 있어 지극히 순결한 것이라 생각하고 대지의 정물(精物)로 여겼습니다. 또한, 옥을 품에 지니고 장식하면 약효가 나타나고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한 옥이기에 옥은 흙과 돌 속에 감추어져 있어도 그 기운을 발하여 나무를 윤택하게 했던 것일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옥은 그렇게 자신의 맑은 기운을 나무에게 전해서 나무의 빛 속에 자신의 빛을 더할 줄을 아나 봅니다.
맑고 은은한 향기 때문에 흔히 청결한 군자의 성품으로 상징되었던 난! 쑥 덤불에 묻혀서 못내 서러웠을 난. 그러나 그 난은 쑥 덤불에 묻혀있어도 바람이 향기를 전할 줄 알기에 그 향기는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옥은 숨겨져 있어도 스스로 빛날 줄을 알고, 난은 힘없이 묻혀져있어도 바람이 손잡아 향기를 전하여 줍니다. 실질(實質)의 숲에서는 그렇게 아름다운 덕의 향기와 빛이 필이 세상으로 전하여지는가 봅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맑은 기운이 없다면 옥은 자신의 빛을 나무 속에 더할 수 없을 것이고, 난 곁으로 수 없는 바람이 다가와 허공과 허공 사이에 길을 놓아 세상에 그 향기를 전하려 해도 스스로의 깊은 향이 없다면 바람의 손은 전하고 싶어도 전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큰 가슴으로 옥처럼 부드러운 온기(溫氣)와 난 같은 절조의 향기를 가질 일이요, 세상의 시비와 이목에는 초연할 것! 아 그러나 그대여 2구의 아름다움에 수없이 감탄하며 또 마음이 못내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난 곁에 이는 바람의 손결`이 간절히 그리운 까닭인지요!
호젓하게 산사에 묻혀있었을 어느 지인(至人). 그 지인의 삶에 그윽한 빛과 깊은 향기를 바람대신 몇 글자 시어가 시간과 시간 사이에 작은 길을 놓아 지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하여 줍니다. 고도의 함축을 담아 한 편의 시로 지은 명자설! 두 글자 이름 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의미의 빛깔과 정갈한 비유의 향기를 심어주었으니, 시 손결은 정녕 바람의 손결보다 더 깊은 것이 아닐런지요.
蘭沒肅艾風傳薰 난은 쑥 덤불에 묻혀서도 바람이 향기를 전하네.
只緣有實不可掩 오직 실(實)에 인하여 숨길 수가 없나니,
渠心非要人見聞 큰마음은 남이 알아줌을 구하지 않는고야.
-한수(韓脩), <題玉蘭上人詩卷 옥란 스님께>
(음:옥장토석목위윤 란몰숙예풍전훈 지록유실불가엄 거심비요인견문)
이 시는 `옥란(玉蘭)`이라는 스님께 드리는 예찬시입니다. 이 시가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 옥란이란 이름자를 1·2구에 한 자씩 그대로 인용하여, 그분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의 예찬을 빚어냈다는 점입니다. 옥란은 백목련(白木蓮)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 `곧음의 옥과 부드러움의 난`이라는 대구의 이원적 심상을 통해서 더없이 아름다운 비유의 빛깔과 향기를 발산합니다.
옛사람들은 옥을 천지의 정수이며 음양에 있어 지극히 순결한 것이라 생각하고 대지의 정물(精物)로 여겼습니다. 또한, 옥을 품에 지니고 장식하면 약효가 나타나고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한 옥이기에 옥은 흙과 돌 속에 감추어져 있어도 그 기운을 발하여 나무를 윤택하게 했던 것일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옥은 그렇게 자신의 맑은 기운을 나무에게 전해서 나무의 빛 속에 자신의 빛을 더할 줄을 아나 봅니다.
맑고 은은한 향기 때문에 흔히 청결한 군자의 성품으로 상징되었던 난! 쑥 덤불에 묻혀서 못내 서러웠을 난. 그러나 그 난은 쑥 덤불에 묻혀있어도 바람이 향기를 전할 줄 알기에 그 향기는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옥은 숨겨져 있어도 스스로 빛날 줄을 알고, 난은 힘없이 묻혀져있어도 바람이 손잡아 향기를 전하여 줍니다. 실질(實質)의 숲에서는 그렇게 아름다운 덕의 향기와 빛이 필이 세상으로 전하여지는가 봅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맑은 기운이 없다면 옥은 자신의 빛을 나무 속에 더할 수 없을 것이고, 난 곁으로 수 없는 바람이 다가와 허공과 허공 사이에 길을 놓아 세상에 그 향기를 전하려 해도 스스로의 깊은 향이 없다면 바람의 손은 전하고 싶어도 전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큰 가슴으로 옥처럼 부드러운 온기(溫氣)와 난 같은 절조의 향기를 가질 일이요, 세상의 시비와 이목에는 초연할 것! 아 그러나 그대여 2구의 아름다움에 수없이 감탄하며 또 마음이 못내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난 곁에 이는 바람의 손결`이 간절히 그리운 까닭인지요!
호젓하게 산사에 묻혀있었을 어느 지인(至人). 그 지인의 삶에 그윽한 빛과 깊은 향기를 바람대신 몇 글자 시어가 시간과 시간 사이에 작은 길을 놓아 지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하여 줍니다. 고도의 함축을 담아 한 편의 시로 지은 명자설! 두 글자 이름 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의미의 빛깔과 정갈한 비유의 향기를 심어주었으니, 시 손결은 정녕 바람의 손결보다 더 깊은 것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