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산행일기

방울꽃 2006. 1. 16. 11:21
 

어제도 산에 갔다 왔다.

일요일 아침이면 육신의 휴식을 위해서 산으로 가는 이와

한주간의 휴식을 위해 마음 공부하러 가는 이의 엇갈림속일까...

오늘도 버스안의 등산복 차림속의 그들과 부대끼다 난 중간에 내린다.


걸음 총총히 도량 안에 앉아 한주를 무사히 보내고 이곳에 앉아 있음을 한없이 감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 어느 누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고 있을지 모를 것이고

어느 순간에 즐거움이 고통이 될 찰라를 맞이할 이도 있을 터 인데,

나 한주 무사히 잘 보내고 이렇게 온전한 육신과 정신으로 고요히 앉아 있으니,

한없이 숨쉴 수 있고, 발 내딜 수 있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나를 감싸고 있는 기운 하나 먼지 한 티끌마져도 감사하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지인 집 문을 두드린다.

“뭐시라고 화려한 싱글 이라더만”

부스스한 모습으로 뒹구는 꼴이

몇 분후에 올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그러고 대답들을 사이도 없이 내려온다.

담에는 또 다른 집에 몇 분후에 갈 테니 준비하고 있어...

가기 싫다고 그냥 놀게 우리 집에 와라 요러면 다 듣지 않고 뚝...


옷 갈아입고 밥 먹고 주섬주섬 가방 속에 산행 준비물 챙겨 넣고 나선다.

 

가기 싫다더니 빨리도 준비했네?

또 다른 집에 들러 셋이 산 입구에 내리면 나보다 더 좋아한다.


중간 중간 쉴 때면 가기 싫다더니 먹을 것을 많이도 챙겨넣었네

뭐 가기 싫다더니,

밀린 청소해야 한다더니,

참 내... 이젠 내려가기 싫다나 어쩐다나

너무나 근사하고 멋지다나...

그러니까 담에는 내가 가기 싫다면 날 협박해서 가자고 그래...


그렇게 시시때때로 산을 오르게 된다.

눈오는 날의 겨울 산행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난 고져 환타스틱~~~~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지지난 주에는 눈이 많이도 왔던 우리고장 겨울 산.

산에 오를 땐 몰랐는데 내리면서 조금씩 녹아가는 눈길에 몇 번을 뒹굴고

지난주는 친구가 왔다 길래 그냥 산책차림으로 갔다가 눈길 때문에 산책로만 갔다 오는데

그 곳은 완전히 눈 속의 나라였다.

어제는 그 많던 눈도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에 다 녹아서 질퍽이는 산행이지만 솔 향이 유난히도 진한 게 또 다른 즐거움으로 갔다 왔다.

산 특히 겨울 산은 아주 다른 얼굴을 보게 된다.

양지쪽은 봄처럼 보이기도 하고, 응달 진 곳은 겨울 그대로의 눈을 가지고 있으니 돌고 돌면서 사이사이를 새롭게 보게 되니 이 또한 즐거움이 크지 않을까?


높고 높은 곳의 나뭇가지 싹들이 매서운 바람 맞아가면서도 오래지 않아 나올 것 같더라.


내려오면 입구에 유혹하는 맛깔스런 음식들이 부른다.

어느 날은 파전, 김치 두부에 막걸리 한잔,

어느 날은 국밥 한 그릇에 배불리고


그렇게 한 주를 쉬고 또 한주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