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앞으로...
몸땡이가 따라주질 않아서 방을 휘젓고 헤매인 날이 있었기도 하고,
누구 말마따나 두뇌 수술을 해서 휘발성인 요놈의 낡은 것들을 콤뿌따 용량 바꾸듯이
바꿀 수만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 보았고,
사춘기 맞아 공부안하고 놀 생각만 하는 아덜놈에게 네 반짝반짝한
머리 좀 내게 빌려주면 안 되겠니? 라고 통사정이라도 하고 싶어지고,
어제는 저녁 밥 먹을 시간에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식은 밥이 되게 수다가 늘어져 버렸다.
먼저 공부하게 된 친구를 보고 용기를 얻어 하게 되었으니
친구이자 조언자이니 어찌 반갑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근데 나 큰일 냈다...그러면서 친구의 수다는
며칠 전 제사인데 잊었어...우리 신랑 눈만 크게 떠도 나 무서워하는 거 알지
우리 신랑이 달력에다 무슨 수업, 무슨 시험 그런 거 적지 말고
제삿날이나 잘 표시해두라는데 할 말 없지...
그러더니 학교졸업하면 대학원 간다할 것이고,
다음에는 유학 간다 할 것이고...이러는거야....“
그만 전화통이 깨질 뻔 했다.
“흐미나... 자네는 좋겠네야... 남편이 아내 유학 보낼 생각까정 하고 있으니 말이야”
요랬더니 심각하던 친구도 나와 같이 전화통이 깨질 웃음만 타고 흐른다.
참 야무지고 건강한 친구인데 아무래도 늦은 나이에 공부란 것이 정신을
다 쥐어뜯어 놓은 모양이다.
하긴 난 애들 시험 접수날짜를 잘못 알아서 멍한 모습으로 수습하느라
정신없었던 나를 봐도,
몸까지 시달리는지 긴 시간을 약으로도 회복이 더디어진단다.
그래도 난 이번에는 정신, 몸을 잘 다스려서 하노라고 했는데
그것이 내가 쪽집게 점쟁이라도 되면 얼마나 좋을꼬...
이번 과목에서 요것이 나올 것이고,
다음 장에는 조것이 나올 것이고,
죽을똥살똥 공부한다고 했는데 달달 외운 것은 아니 나오고
희미리한 기억을 붙잡고 용을 쓰다가 되는대로 적어두고 왔으니,
채점하시는 교수님이야 요 심정을 어찌 아시겠는가마는
그저 낙제점만 아니기를 바래보면서
요즘 학생들은 중간 시험기간이지,
나도 거기에 한 몫 끼어서 부대끼고 나니 후련하고나!!
다음을 위해서 청춘인양 즐거이 시험을 위해 정진해 볼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