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 새로운 교복, 새로 산 가방을 메고 아들이 입학 했다. 귀여웠던 모습과는 달리 가끔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새 쭉 커버린 아이.
유치원 졸업 하던 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 평상시와는 달리 낮잠까지 자고 일어나더니 던져 둔 선물이며 앨범을 보던 아이는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운다. 잘 놀고 즐거운 모습이었는데 내가 당황스러워 진다. 작은 가슴에 처음으로 겪는 이별의 아픔이 눈물 나게 하는 구나. 조막만한 가슴 어느 구석에 저런 감정이 있을까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고 지켜보는 나도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다음날에는 선생님 드릴 사탕을 싸들고 유치원에 갔다 와서야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4학년쯤 되어 염색해달라고 날마다 졸라대서 결국에는 노란 머리 아들을 두게 되었고, 어린이날 나비 축제가 있는 함평에 봄나들이를 갔는데 지나던 할아버지께서 “야 요 녀석아 네가 양 놈이냐 그 머리가 뭐냐” 하고 호통을 치신다. 혼이 났는지 까만 머리로 하겠다는 걸. 네가 하고 싶어 했으니까 야단을 맞던 멋지다고 칭찬을 받던 감당하라고 말았다. 까만머리와 노란머리의 색깔을 띠고 있는 것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염색 얘기는 안하는가 싶더니 중2 겨울 방학이 되자 발동했다. 학교 다니면서 선생님한테 불려 다니는 거 보다야 낫겠지 싶었는데 벌써 염색하고 남은 약이 올려져있다. “엄마 나 염색 했어 괜찮어? 남았는데 엄마도 해볼래?" ” 오잉,,,,오렌지 색이잖아 갈색이면 몰라도...”방학이 시작되자 딸아이는 퍼머를 하고, 아들 녀석은 염색을 하고, 개학전날이면 원위치. 어찌 당하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을 신선하다 말하리. 이건 거의 도의 경지에 이른 나의 독백이라고,
그러더니 2학년 후반기부터는 아들놈의 가슴속에 회오리바람이 불어대고 있다. 학원이 다니기 싫고, 친구엄마가 만들어준 공부방에서 친구랑 공부한다기에 친구 것까지 책을 한보따리 갖다 주어도 보고, 나중에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한다는데 어째 추락하는 것은 성적이다. 어렸을 때는 야단맞고 나면 쪽지로, 메일로 죄송하다고 하던 녀석이 벅벅 대들고 지 주장만 하는 것이 도대체 내 얘기는 바늘구멍만큼도 들어주질 않으니 속이 타는 일 년을 그렇게 보냈다.
학교를 결정해야하는데 엄마와 아이의 의견이 엇갈려 옥신각신 하는 중 아빠가 불러 다른 방에서 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회담이 이만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한참을 지나서야 두 정상(?)이 나왔는데 다행이도 아이와 부모의 중간지점으로 일치를 보았다,
방학을 하자마자 퍼머를 하고 왔다. 에고 징헌 놈 (근데 그게 더 멋있긴 하다 학생만 아니라면 말이다 속으로 중어리 중얼) 신이 났다, 이방 저방 다니면서 지 모습이 근사하다는 둥 멋지다는 둥...난 그져 한량없이 너그러운 부처님이 되어 미소만 짓는다. 방학 내내 수학 몇 시간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기만 하는 녀석이 축구 하러 가는 날이란다. 학교에서 좋아하는 애들 끼리 결성했단다. 검도보다 축구가 더 좋단다. 만원 한 장 주었더니 주절거린다. 끝나고 어떤 날은 라면 먹거든 오늘은 국밥 먹을 수 있겠단다. 내가 산행 후 막걸리에 파전 먹는 그런 즐거움인가보다 운동복 챙기면서 좋아라 한다.
학교 발표가 있어 갔는데 “ 엄마, XX 학교로 됐어.. 학교 안 갈래 그 학교 머리 짧게 해야 하고 공부도 엄청 시킨데.” .꼭 엄마가 학교를 배정한 거처럼 투정을 한다. 걱정이 된다. 배정학교에 갔는지 아니면 지 맘대로 안가고 헤매는건 아닌지, 집에 와서 보니 생각보다 밝은 모습으로 있다.
졸업 하는 날이 다가왔다. " 엄마 가 말어” “뭐 그냥....”또 묻는데 영 시원찮다 그게 아니라 오늘 졸업 연습하는데 머리 퍼머 한거 때문에 밖에 나가있으라 했단말야 .”안와도 돼...“이런 망할 놈이 있냐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그래도 가봐야지, 강당에 올라갔더니 멀대같은 아들 녀석이 먼저 보이고 옆에는 친구 녀석들도 인사를 한다. 밖에 열댓 명 정도가 줄서서 있다. 복장 불량한 녀석들 부모님들께서 구경하시란다. 3년 동안 다니고도 졸업식장에 못 들어갔으니 기념으로 남기게 해주겠다며 사진을 찍는데 이런 놈들 봐라 V자를 내보이며 포즈까지 잡고 있네. 식장에 못 들어간 녀석들 부끄러워 하는 녀석 없다. 보고 있는 부모들도 속상해 하는 얼굴 없다. 지켜보는 선생님도 화난 얼굴이 아닌 그져 웃음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이 녀석은 예고에 가는 놈입니다. 이 노란 머리 좀 보십시요 그리고 2학기 내내 교복을 안 입고 매번 내일 입고 온단 놈이 졸업하는 날까지 교복 외투를 입지 않고 왔습니다. 이런...나의 아들 녀석 교복을 잃어 버려 혼이나고, 다행이 선배한테 하나 얻어서 고쳐 입고 다니는데 이 녀석은 나의 아들 녀석 보다는 간이 훨씬 클 것이다. 그렇게 탈 많았던 녀석이 졸업을 했다.
학교 가지 않겠다는 말과는 달리 새로운 학교생활을 즐겁게 준비하는 것 같아 한결 가볍다. 교복이 배달된 날 머리를 짧게 자른 녀석은 그게 삭발이라는데 웃음이 나올 뻔했다. 너무 변해있어서 ...“야 이제야 아들 얼굴을 제대로 보는구먼 단정하고 멋지다야” 멋쩍어 하면서도 교복을 입고 가방까지 메고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비추어 본다. 멀쑥한 키에 어울리지 않게 신나하는 것이 속은 아이 그대로다. 외모만 보고 내가 아이를 어른같이 대했을지 모른다. 요즈음은 아이의 가슴에 순풍이 불고 있는 듯하다. 죄송해요란 말을 하는 걸 보면...
입학하는 날이다. 어둠의 자식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새벽에 일어나 분주하다. 맨날 누나랑 티격태격하던 녀석이 같이 가겠다고 기다리고 있다. 스쿨버스 타는 곳이 같으니 다행이다. 새로운 생활을 두려워했는데 잘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입학 첫날부터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 11시가 다 되어 들어오면서 즐겁다고 한다. 하루가 일주일처럼 지루했지만 좋은 친구들도 많고 놀 것만 같은 친구들이 공부를 다 잘한단다. 이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녀석 평상시와는 달리 주절 주절 학교 얘기를 많이 하고 설레임이 가시지 않은 듯 선뜻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3월은 신선한 달이다. 입학식이 있는 달이다.
2007.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