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방

신윤복의 그림

방울꽃 2010. 2. 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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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는 단원 김홍도, 오원 장승업과 더불어 “3원 화가”라 불리우는 화가가 있습니다. 호를 혜원으로 사용하는 신윤복이 그 사람이죠.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가로 인정받고 있는 화가 신윤복. 그의 그림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매우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은밀한 생활까지도 익살스럽게 그려낸 그의 그림에는 또 다른 우리네 인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신윤복은 김홍도와 동시대에 활동하였으며 둘 다 풍속화를 많이 그렸기 때문에 자주 비교가 됩니다. 그러나 김홍도가 왕의 총애를 받을 만큼 명성이 있던 반면 신윤복은 스스로 품위있다고 생각하는 양반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속화(俗畵)들을 잘 그렸습니다. 그래서 도화서라는 화가들을 관리하는 관청에서 일을 하다가 쫓겨나기까지 하게 되죠. 김홍도가 서민의 놀이나 일상 생활을 재치있고 건전하게 그려낸 데 비해, 신윤복은 한량이나 기생들 간의 유희와 남녀간의 풍속을 날카로우면서도 적나라하게 그렸습니다.

그가 원해서였는 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윤복은 관직이나 권력과는 상관없이 서민들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도 산수화를 그렸지만 그의 진가를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화려한 색채의 풍속화입니다.




유명한 미인도. 단아하고 고운 고전적 미인이다.

[ 단오풍정(端午風情) (1805)]
신윤복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죠.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놀던 조선 시대 여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놀이의 이유는 악귀를 물리치고자 하는 액땜의 뜻이 있다고 합니다. 멀리서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는 소년들은 절간의 젊은 스님들 같은 데요, 그 모습이 익살스럽습니다. 희고 통통한 몸집, 고운 얼굴의 여인들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 기방무사 (妓房無事) (1805) ]
방안에서 남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당황한 듯 하죠? 아마도 방 안의 여인은 기생의 몸종이고, 방안의 남자는 기생을 찾아왔다가 그녀의 몸종과 사랑을 나누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묘한 것은 왼쪽의 나무들이다. 위쪽에 잎이 큰 활엽수가 있고,
아래에도 역시 녹음이 무성한 나무가 있다. 그 위쪽으로 발이 쳐 있으니,
계절은 한여름이다. 날이 더우니 기생이 전모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한여름에 왜 사내의 몸 위에 이불이 덮혀 있는가?




시방 상중인 이 여인은 담장 안에 '갇혀' 있다.

짝짓기를 하는 것은 개뿐만이 아니다. 개의 위쪽을 보면 참새 세 마리가 있다.
자세히 보면 두 마리는 땅에 내려앉아 짝짓기를 하고 있고,
그 위의 한 마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날개를 파닥이고 있다.
짝짓기에서 배재된 이 놈은 과부와 같은 신세다.
담장 밖 나무에 분홍색 꽃이 피었으니, 바야흐로 봄이 한창이다.
화창한 봄날 과부는 계집종과 우연히 개구멍을 통해 들어온 개 두마리가
짝짓기 하는 것을 본다. 게다가 참새까지 짝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여인은 상중이되, 남편의 상중이다.봄날의 과부!!
혜원은 과부의 성(性)을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다.





[ 무녀신무(巫女神舞) (1805)]
일반 집에서 굿을 하고 있는 풍경입니다. 혜원은 이렇게 흥미롭고 이색적인 생활의 풍경을 화폭에 담길 즐겨하였지요.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녀, 무녀 들입니다. 여기서도 기녀의 붉은 의상은 우리의 시선을 기녀에게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 쌍검대무(雙劍對舞) (1805)]
한 가운데서 긴 칼을 들고 춤을 추는 무녀를 중심으로 악단과 양반, 기녀들, 주변의 푸른 빛들과는 대조적으로 무녀의 치마는 붉은 색이네요. 덕분에 시선이 무녀들에게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역동적으로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보니 얼마나 현란하게 춤을 추는 지 알 것 같아요.



[ 연당의 여인 (1805)]
평론가들에게 신윤복 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작품입니다. 연꽃이 활짝 핀 연못 을 바라보며 여인의 모습을 시원하면서도 운치있게 그려내었습니다. 생황을 불려는 듯 한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담뱃대를 든 채 툇마루에 앉아 있는 이 여인은 은퇴한 기생인 퇴기인 듯 합니다. 순간의 모습을 잘 포착하여 깔끔하게 화면에 담아낸 혜원의 솜씨가 놀랍습니다.



[ 월야밀회(月夜密會) (1805)]
달빛만 고요한 한 밤중에 인적 드문 길의 후미진 담장 밑에서 한상의 남녀가 깊은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중략)...
이 그림의 시간은 왼쪽 위편에 달이 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밤중이다.
길 양쪽의 담장은 모두 기와를 얹었고, 오른쪽 담장 안은 거창한 기와집이다.
이 한밤중에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은 포교밖에 없으니,
이 그림은 포교가 밤에 서울의 고급 주택가를 순라 도는 장면인 것이다.
그런데 그림에 여자가 둘 등장하는 것이 몹시 흥미롭다."

책에서 이 다음 부분은, 두 여인의 복식으로 신분을 추측하는 내용이다.
담장 너머에서 두 남녀를 엿보고 있는 젊은 여인의 신분은, 옷차림으로 미루어 보아 기녀이다. 포교가 안고 있는 여인은, 남편은 물론 자식까지 있는 민간의 부녀자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이 세 사람이 어떤 관계이며, 이 장면이 어떤 상황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야기를 지어 내어 상상하는 것은 보는 사람 마음이기에,
나도 내가 생각해 낸 스토리를 올리지는 않겠다





[ 월하정인(月下情人) (1805)]
어스름한 달빛 아래서 양반인 듯 잘 차려 입은 남자가 초롱불을 들고 길을 재촉하는 것 같네요. 여자는 쓰개치마를 둘러쓰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조금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다. 왼쪽 담에는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라고 씌여 있습니다.

초승달 지는 깊은 밤 한껏 차려 입은 남녀가 담 모퉁이에서 밀회를 한다.
무슨 일일까? 다소곳하게 쓰개치마를 둘러쓴 여인은 수줍음 반 교태 반 야릇한
정이 볼에 물들었다.
달빛이 몽롱해지면서 두 사람의 연정도 어스름하게 녹아든다. 배경이 뽀얗게
눅여져 있으니 섬세한 필선과 화사한 채색으로 그려진 두 연인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신윤복은 이 정황을 풍류 넘치는 흐드러진 필치로 이렇게 적었다.

‘달도 기운 야삼경/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지’(月沈沈 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화제(畵題)도 기막히지만 글씨 주위와 옆 건물 벽을 반쯤 여백으로 처리한 솜씨가 쏠쏠하다.color=blue>‘창 밖은 야삼경 보슬비 내리는데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리라
나눈 정 미흡해서 날 먼저 새려 하니
나삼(羅衫) 자락 부여잡고 뒷기약만 묻네’


(窓外三更細雨時 兩人心事兩人知 歡情未洽天將曉 更把羅衫問後期)
예나 지금이나 남녀간의 일은 갈피도 많고 두서는 없으며 반드시 은밀하게 마련이다. 신윤복은 그러한 남녀간의 정을 주제로 한 그림의 명수였다.
때로는 한 장의 그림이 소설 한 편보다 더 소상하다.




[ 주사거배(酒肆擧盃) (1805)]
주막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객들과 주모의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손님들도 선비와 양반들인 듯 하구요. 매우 일상적인 조선시대의 한 생활상입니다.



[ 주유청강(舟遊淸江) (1805)]
특별히 하는 일없이 유희나 즐기며 세월을 죽이고 있는 선비들을 한량이라고 하죠. 그 한량들이 기녀들을 데리고 뱃놀이를 나왔습니다. 조선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화면 위쪽에는 “피리 소리는 바람을 타서 아니 들리는 데 흰 갈매기가 물결 앞에 날아든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 청금상련(聽琴賞蓮) (1805) ]
연못가에서 세 남자가 기생을 데리고 유희를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옛 선비들은 기생들과 즐기는 놀이도 양반들이 지녀야 할 풍류로 생각하였기에,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기녀들의 옷맵시나 선비들의 옷매무새, 가야금, 우아한 정원의 나무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잘 알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