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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등의 행운

방울꽃 2005. 11. 12. 18:23
어제는 어린이날 여기 저기서들 많은 행사가 있었다.
아마도 어린이를 두신 모든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외출을 하셨을 그런날...
방울이가 사는 이 곳은 어느 종교 단체 주관으로 어린이날 민속잔치를 해마다 한다. 각종 민속 놀이와 볼거리, 참가 행사로 많이들 참가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거기 가는 걸 당연시 생각하고,
아침에 5학년 아들 녀석 다른 곳에는 가지 않겠다고 작년엔 다른 곳에 갔다가 행사에 참가 못 한게 못내 아쉬웠는지...

"나 거기 가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거야"
그래서 축구공 하나 받아 오겠노라고 벼르더니만, 아침내내 친구들한테 전화 해 나간다.
"그래 엄마 조금있다 갈거야 가서 놀고 있어"
이제 아이들이 커서 친구들끼리 다니는 걸 더 좋아하고 우리 어른들과는 같이 가고 싶어하질 않으니 원...
그래서 우린 가까운 이웃들과 근처에 외출하기로 하고 아이들에게 점심과 잘 하고 오라는 응원을 전해주고 나왔다.
근데 오후가 되었을까 아이들의 참가 승보가 들려온다. 누군 몇등을 했고, 누군 선물을 뭐 탔으며, 누군 게임에 몇개를 참가했다는 등등...

아이들도 즐거운 하루, 우리 어른들도 한가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삼겹살로 하자고 4가족이 한자리에 앉았다.
정말이지 삼겹살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아이들의 하루 얘기로 양념이 푸짐한 식사 시간이 시끌거린다.

1등에서 100까지 축구공이고, 101등부터 200백등까진 포스터칼라라고..
다행이 우리 아이들 둘다 축구공을 받았다니...
못내 아쉬워 하는 아이도 즐거운 하루였나보다 여전히 종알거리는 걸 보니...

맛있게 먹고 집에 돌아오자 딸이 또 종알거린다.
"엄마 근데 정말 이건 행운이다. 골인지점에 거의 왔는데 친구가 힘들다고 같이 가자데 그래서 내가 앞서 가면서 친구손을 뒤로 잡으면서 골인하게 되었다 근데,
와! 내가 100등째인거야
그래서 내가 마지막 축구공을 받았단 말야 얼마나 신났는지 알아?"

그래 엄마도 너처럼 신난단다. 언제나 친구들이 많은 딸이 친구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그 친구는 포스터칼라 받았겠구나," 하는 나의 아쉬움이 딸에게 전해지면서 마주 웃는 하루의 마무리가 아마도 아이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포근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녀석 공 다 갖겠다더니 어제 받은 공하나 들고 나간다. 하나도 받지 못한 집에 하나 주겠다면서..

신록의 푸르름처럼 신선한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