鏡面磨平水府深 거울 면인양, 갈아놓은 듯 편편한 '물의 마을'은 깊은데,
只監形影未監心 다만 모습과 그림자만 비출 뿐 이 마음은 비추지 않네.
若敎肝膽俱明熙 만약 간과 쓸개까지 함께 밝게 비출 양이면
臺上應知客罕臨 대 위로는 응당, 오르는 이 드물 것을…!
-박수량(朴遂良), <鏡浦臺 경포대>
옛사람이 "해 뜨는 이른 아침이나 달 밝은 가을밤에 경포대에 올라 경포호를 굽어보거나 호수 너머 동해의 푸른 바다를 대하면 속세는 간 데 없이 온통 선경이요."라 읊었던 경포대! 이처럼 강릉 경포대는 옛부터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곳이라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는 제일 강산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은 다른 시들과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경포대의 존재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음풍농월의 시편들을 뒤로하고서, 전혀 다른 문제의식으로 경물을 대하고 있는 이 놀라운 시는 이지적인 눈으로 우리 마음의 속성을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대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거울처럼 맑게 비치는 물결, 그 잔잔한 물결은 갈아놓은 듯 평평하여 깊은 수심에 그대로 다 비칩니다. 그 속에 내 모습과 내 그림자가 비칩니다. 모습과 그림자는 비치지만, 마음은 아니 비치는 물결! 그는 어떤 마음의 날을 세우고 있는 이이기에, 이런 상상을 다 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속에 있는 마음'까지 비출 양이면 응당 그 대에 오를 사람은 정녕 적을 뿐 아니라 감히 두려워 대에 오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거울 같은 맑은 물결을 보면서, 맑은 마음을 생각했을 시인, 그 물결에 떳떳한 마음을 비추어볼 수 이는 얼마나 될까요. 모두들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고 있을 때, 시인은 그렇게 매서운 눈으로, 물의 거울을 통해 우리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시인 박수량은 천성이 순수하며 후하고 소박했으며 뜻이 독실해 지조가 구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량(賢良 뛰어난 학문과 덕행으로만 천거되는 것)으로 천거되어, 공사를 매우 잘 처리했으며 효자 정문이 세워지기도 했던 그. "정의를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으리"라 했던 그였기에, 경포대의 물결 속에서도 그처럼 마음의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요. 풍자도 아닌 듯이 다가와, 꼼짝도 못하고 붙잡히는 우리들의 속내!
정녕 마음속까지 비칠 양이면 저 또한 한없이 부끄러워 그 대에 오를 수가 없는 까닭에, 이 시의 놀라운 '생각의 눈' 앞에 감동과 충격을 아니 받지 못합니다. 경물(景物)의 이면으로 삶과 마음의 그늘까지 바라볼 수 있는 그 깊은 생각의 눈이 있기에, 물의 거울은 마음의 거울이 되어 우리 내면의 얼굴을 환히 들여다보게 하는 듯 합니다. 경포대 맑은 물결 속에 스민 영혼의 눈이 살아있는 귀한 시 속에서…!
只監形影未監心 다만 모습과 그림자만 비출 뿐 이 마음은 비추지 않네.
若敎肝膽俱明熙 만약 간과 쓸개까지 함께 밝게 비출 양이면
臺上應知客罕臨 대 위로는 응당, 오르는 이 드물 것을…!
-박수량(朴遂良), <鏡浦臺 경포대>
옛사람이 "해 뜨는 이른 아침이나 달 밝은 가을밤에 경포대에 올라 경포호를 굽어보거나 호수 너머 동해의 푸른 바다를 대하면 속세는 간 데 없이 온통 선경이요."라 읊었던 경포대! 이처럼 강릉 경포대는 옛부터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곳이라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는 제일 강산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은 다른 시들과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경포대의 존재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음풍농월의 시편들을 뒤로하고서, 전혀 다른 문제의식으로 경물을 대하고 있는 이 놀라운 시는 이지적인 눈으로 우리 마음의 속성을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대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거울처럼 맑게 비치는 물결, 그 잔잔한 물결은 갈아놓은 듯 평평하여 깊은 수심에 그대로 다 비칩니다. 그 속에 내 모습과 내 그림자가 비칩니다. 모습과 그림자는 비치지만, 마음은 아니 비치는 물결! 그는 어떤 마음의 날을 세우고 있는 이이기에, 이런 상상을 다 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속에 있는 마음'까지 비출 양이면 응당 그 대에 오를 사람은 정녕 적을 뿐 아니라 감히 두려워 대에 오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거울 같은 맑은 물결을 보면서, 맑은 마음을 생각했을 시인, 그 물결에 떳떳한 마음을 비추어볼 수 이는 얼마나 될까요. 모두들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고 있을 때, 시인은 그렇게 매서운 눈으로, 물의 거울을 통해 우리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시인 박수량은 천성이 순수하며 후하고 소박했으며 뜻이 독실해 지조가 구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량(賢良 뛰어난 학문과 덕행으로만 천거되는 것)으로 천거되어, 공사를 매우 잘 처리했으며 효자 정문이 세워지기도 했던 그. "정의를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으리"라 했던 그였기에, 경포대의 물결 속에서도 그처럼 마음의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요. 풍자도 아닌 듯이 다가와, 꼼짝도 못하고 붙잡히는 우리들의 속내!
정녕 마음속까지 비칠 양이면 저 또한 한없이 부끄러워 그 대에 오를 수가 없는 까닭에, 이 시의 놀라운 '생각의 눈' 앞에 감동과 충격을 아니 받지 못합니다. 경물(景物)의 이면으로 삶과 마음의 그늘까지 바라볼 수 있는 그 깊은 생각의 눈이 있기에, 물의 거울은 마음의 거울이 되어 우리 내면의 얼굴을 환히 들여다보게 하는 듯 합니다. 경포대 맑은 물결 속에 스민 영혼의 눈이 살아있는 귀한 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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