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토지농사, 사람농사, 마음농사

방울꽃 2006. 12. 17. 16:52

김장한다고, 시험본다고 이 주를  기도의 도량에 들어오지 못했다. 오랜만에 고요한 마음챙겨 들어오는데  꽃 향이 코끝으로 먼저 안내한다. 둥그렇고 한량없이 너그러운 곳으로 살며시 안긴다.

오랜만에 뵙는 법 동지들도 반가웁고, 마음 편안하게 내려 앉는 자세도 가벼웁고...

 

한 시간여의 오롯한 나를 만나러 온 지금이 귀한 시간이다.

 

설법이 귀에서 마음으로 파고든다.

天地萬物이 내가 딛고 안긴 나의 농사터인 것을...

태양, 비, 구름, 별, 달...어떻게 하면 내가 천지만물을 잘 부려쓸 수 있을지,

내가 숨쉬고 살고 의지하는 나의 의, 식, 주 삶 터 농사터인데 여기에 얼마나 갈고 닦아 씨를 뿌리면서 거두고 부리면서 살고 있는지를 생각 하게 하고, 이 만물의 터에 함께 살아가는 삶 속 귀한 내 생명과 내가 있게하는 여러 생들이 그야말로 하루살이 벌레의 생명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구나. 이 곳에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만나고 그 들과 이 생명을 귀하게 다루고 있는지, 내게 괴로움을 주는 파리 한마리를 대하더라도 모질게 하지말아야 한다는 가여운 여린 맘이 생긴다. 내 발길에 밟히는 잡초에도 그 나름의 생이 있으려니...그를 가벼이 하지 않고 살아가노라면 그것들이 곧 삶이 얻는 지혜의 근본이 될 터이다. 時.空을 초월한 내 마음 다스리기가 자유자재로 연마되어지려면 깊은 산 속에서의 도가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당하는 警戒 警戒를 얼마나 잘 넘겨야 한단말인지...부족하기만 한 나의 마음공부심으로 헤아릴 수가 없으니 나태하고 게으름으로 지내온 것이 갑자기 정신 번쩍들게 한다.

 

우연히 들어오는 복이 많은 사람이 최상의 복이 될지언데,

그 복을 얼마나 짓고 들이는지 모르겠구나.

내가 모든 인연들에게 대질리지 않은 인연이 되는지,

내가 모든 인연들에게 얼마나 밝고 지혜가 많은 원만한 사람이 되는지,

심고, 가꾸고, 거두는 천하의 농사터에 얼마나 씨앗을 잘 뿌리고 있는지,

말로, 몸으로, 물질로, 정신으로 얼마나 많은 은혜의 씨를 심고 가꾸는지,

농사를 잘 짓는 큰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님 소인배인지,

오늘도 영원의 혜복을 잘 장만하고 있는지를 수없이 되뇌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눈 발이 펄펄 날리는 일요일날 아이처럼 생기가 돈다.

년 말 술렁거리는 도심거리에서 차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걸어나온다.

단 모임이 있어서 오손도손, 때로는 깔깔 넘어지는 웃음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어머니 무사히 가실 수 있게 하고 집에 오니 일요일이 그 져 편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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