謫宦傷心涕淚揮 귀양살이 신세 마음 상해 눈물 흩건만,
送人兼復送春歸 벗을 보내고 겸하여 봄까지 보내네.
春風好去無留意 봄바람은 잘 가서 머무를 마음일랑 두지 말기를
久在人間學是非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만 배우리니.
-조운흘(趙云 ), <送春日別人 봄날 벗을 보내며>
상주 노음산(露陰山) 기슭에 은거하면서 스스로 석간서하옹(石磵棲霞翁)이라고 하였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소를 타고 다녔고 하는 조운흘. 그 풍유의 사내 조운흘도 어찌할 수 없는 세상살이의 서러움은 있었던가 봅니다. 풍우(風雨) 드센 고장난 세월 속으로 눈 먼 시간이 미끄러지는 좌천의 서러운 시절이건만, 떠나는 벗도 모자라 함께 봄마저 떠나갑니다.
'나'란 사람은 하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나'는 수많은 다수이듯이, 하나의 봄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수많은 다수의 봄일 것입니다. 조운흘이 이 시에 담아놓은 봄은 벗과 함께 떠나는 봄이요, 또 그 벗처럼 떠나보내기 아쉬운 봄이지만, 또한 아쉬워도 흔쾌히 보내고 싶은 봄입니다. 풍진의 시비 세상은 누가 옳으니 누가 그르니 하며 끊임없이 싸우는 번뇌의 땅이니까요.
내 마음의 길만으로는 건너갈 수 없는 세상! 인생의 속내는 알고 보면 눈물과 웃음이 그 시작과 끝 속에서 늘 하나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옮음과 그름을 나누기에 그 둘이 서로 싸우고, 영화와 치욕을 나누기에 그 둘이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게 끊임없이 둘로 나뉘어 반목하는 세상의 번뇌 속을 봄이 헤매일까 두렵습니다. 어쩌면 저 벗도 봄과 함께 시비의 세상을 떠나려 길을 나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어진 꿈은 그 날을 자기 가슴에 꽂는 것이어서 시비를 배운 그 슬픔을, 떠나는 벗과 봄은 아니 배우기를…. 시비를 떠나버린 세상의 밖, 세월의 뒤주에서 잊혀진 듯 고요히 머물기를! 그런 까닭일까요…, 그의 말을 깊이 들었던지 봄은 여지껏 우리 세상으로 다니려 오긴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고 단지 몇 달씩만 머물다 이내 떠나 버립니다. 그래서 봄의 마음엔 세상도 시비를 얹을 수가 없나 봅니다. 하나의 시비란 늘 그 시비를 길이 논할 때만 생기는 것이니까요!
送人兼復送春歸 벗을 보내고 겸하여 봄까지 보내네.
春風好去無留意 봄바람은 잘 가서 머무를 마음일랑 두지 말기를
久在人間學是非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만 배우리니.
-조운흘(趙云 ), <送春日別人 봄날 벗을 보내며>
상주 노음산(露陰山) 기슭에 은거하면서 스스로 석간서하옹(石磵棲霞翁)이라고 하였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소를 타고 다녔고 하는 조운흘. 그 풍유의 사내 조운흘도 어찌할 수 없는 세상살이의 서러움은 있었던가 봅니다. 풍우(風雨) 드센 고장난 세월 속으로 눈 먼 시간이 미끄러지는 좌천의 서러운 시절이건만, 떠나는 벗도 모자라 함께 봄마저 떠나갑니다.
'나'란 사람은 하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나'는 수많은 다수이듯이, 하나의 봄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수많은 다수의 봄일 것입니다. 조운흘이 이 시에 담아놓은 봄은 벗과 함께 떠나는 봄이요, 또 그 벗처럼 떠나보내기 아쉬운 봄이지만, 또한 아쉬워도 흔쾌히 보내고 싶은 봄입니다. 풍진의 시비 세상은 누가 옳으니 누가 그르니 하며 끊임없이 싸우는 번뇌의 땅이니까요.
내 마음의 길만으로는 건너갈 수 없는 세상! 인생의 속내는 알고 보면 눈물과 웃음이 그 시작과 끝 속에서 늘 하나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옮음과 그름을 나누기에 그 둘이 서로 싸우고, 영화와 치욕을 나누기에 그 둘이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게 끊임없이 둘로 나뉘어 반목하는 세상의 번뇌 속을 봄이 헤매일까 두렵습니다. 어쩌면 저 벗도 봄과 함께 시비의 세상을 떠나려 길을 나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어진 꿈은 그 날을 자기 가슴에 꽂는 것이어서 시비를 배운 그 슬픔을, 떠나는 벗과 봄은 아니 배우기를…. 시비를 떠나버린 세상의 밖, 세월의 뒤주에서 잊혀진 듯 고요히 머물기를! 그런 까닭일까요…, 그의 말을 깊이 들었던지 봄은 여지껏 우리 세상으로 다니려 오긴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고 단지 몇 달씩만 머물다 이내 떠나 버립니다. 그래서 봄의 마음엔 세상도 시비를 얹을 수가 없나 봅니다. 하나의 시비란 늘 그 시비를 길이 논할 때만 생기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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