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지금은 내기 중

방울꽃 2009. 1. 3. 14:59
 

친구들과 같이 모처럼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니 여전히 아무도 없다.

밤중에야 얼굴을 볼 수 있는 자식들…….

배추 절이듯 절여진 육신을 씻고 났지만

요 놈이 들어 올 기미가 없어

친구한테 연락하니 잠깐 나갔단다.

알았다. 우선 같이 있으니 안심이고…….


친구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아들을 아들친구에게 빌려주었다고 해야

엄마가 입원하니 병간호를 아빠가 하여야 했고,

엄마가 하던 가게를 학교 다니는 누나가 맡아서 늦게 까지 일해야 하니,

여린 친구는 혼자 남게 되어 먹지도 않고 혼자 두는 게 걱정되어

아들이 같이 있게 되었다.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씻고 독서실에 가서 친구랑 같이 공부하다가

친구네 집에서 자고 아침에 집에 들러서 학교에 간다.

주말 같은 때면 엄마도 보지 않고 독서실 갔다가

그냥 친구 집으로 가버리기도 하니


그래도 그렇지 망할 놈이네

나쁜 놈아 엄마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가야지

보고 싶은데…….

요러고 문자를 날렸더니

12시가 넘었는데 뛰어왔는지

씩~~ 웃으면서

엄마 미안해……. 요러더니만 머쓱해 하면서

엄마 이젠 가도 되지 그러고 또 간다.

철없는 엄마는 금방 행복해 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요즘 방학이고 연말이라서 공부를 안 하고 놀더니만

이놈이 노는데 재미를 붙였다니?

엄마가 집 나간거도 아니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왔건만 코빼기도 내보이지 않고,

하루 밤을 보내고 낮이 되었는데도 오질 않으니

걱정도 되고, 괘심하기도 해서


폰을 들고 꼼지락 꼼지락…….

 

엄마 전화 못 받아 

oo랑 모의시험 내기 중

아침 일찍 왔어

 

ㅎㅎㅎ 괘심은 어디로 가버리고

아덜 이겨라 요러고 보내놓고 보니

다시 입원해서 치료 하고 있는 엄마를 둔 친구 생각하니

미안해지네!

그래서 친구엄마에게 문자를 날렸다.

두 놈들 내기 한 다네요.

우리 엄마들도 응원 경쟁 합시다요....

해 놓고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연말에는 학교 친구들이랑 해맞이를 보러 간다더니

다음날에는 종일 퍼질러 자기만 하고

독서실에서도 3일을 쉬게 한다나...

요 넘이 고3 되어가니 박 터지게 공부를 해야 될 판인데 빈둥거리는 것이

속으로만 궁시랑 궁시랑 거렸더니

요런, 이쁜 넘들 봐라…….

저 번에는 친구랑 내기해서 밀린 설거지하기로 했다더니


난 집에서 아들이 시험 내기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를 응원한다.

친구엄마는 병원에서 치료 하면서 아들을 응원하겠지


지금 독서실에서 두 놈들이 내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내기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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