垂柳人家水岸邊 시냇가 버들 드리운 인가에
柴門開向菜花田 사립문은 채마 꽃밭 향해 열려있네.
主翁驅雀黃粱席 주인 늙은인 좁쌀 넌 멍석의 참새를 쫓는데
靑犬來登石上眠 파란 삽살개는 돌 위에 올라가 졸고 있네.
-신광수(申光洙), <水岸小屋 시냇가 조그만 집>
(음: 수류인가수안변 시문개향채화전 주옹구작황량석 청견내등석상면)
이 시의 순후(淳厚)한 풍경 속에는 시인이 아꼈던 삶의 질감과 깊이가 물가의 버들처럼 은은한 눈빛 속에 드리워져 있는 듯 합니다. 한시의 멍석에는 옛날과 지금을 잇는 소박한 짚들이 깔려 있어서 옛사람의 마음과 지금 우리의 마음이 함께 도란도란 앉아서 흥겹게 시정을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삶의 정경 속 담겨진 늘 변치 않는 생의 훈훈한 가슴이 스며 배어 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흐르던 물도 흐르다 버들 그늘에 잠시 쉬어 가는 곳, 그 눈 맑은 물가 언덕의 집! 물기 묻은 버들 그늘의 껍질 너머로 채소 밭 향해 사립문 활짝 열어 논 조그만 집이 있습니다. 풋풋한 채소 향기 물컹대는 그 소박한 집 속엔 멍석에 널어 논 노란 좁쌀을 노리는 작은 참새들이 있고, 그 참새를 쫓는 주인 늙은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참새와 할아비가 '노란 좁쌀'을 사이에 두고 긴장의 실을 잡아당기고 있는 사이, 그 곁에 파란 삽살개는 이엔 아무 아랑곳없이 돌 위로 올라가 잠을 잡니다. 하나는 한참 바쁘고 또 하나는 한참 한가합니다. 바쁨과 한가함이 그렇게 서로 다른 빛깔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 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꽃은 고작 채소밭에 핀 꽃처럼, 촌스럽고 소박한 것들이지만, 그 작은 이야기꽃에 담겨진 순후한 삶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정겨운 것이라…, 더 넓은 삶의 가슴으로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 시의 멍석에는 시간의 사립문을 넘어, 물의 미소 같은 물기 묻은 시간이 '청삽살'의 한가한 졸음 곁으로 우리를 가만히 데려가는 듯 합니다.
묵은 시간들을 쓸어내고 옛날과 지금을 정겹게 한 자리에 들앉히는 시의 멍석, 그것은 글자들이 만드는 멍석인 까닭에 아무리 많이 펴고 앉아도 결코 닳지 않을 것입니다. 많이 펴면 많이 펼수록, 우리 생의 질박한 한 도구가 되어줄 멍석, 그 글자의 멍석에 그대의 그늘이 늘 오래도록 드리워지기를….
柴門開向菜花田 사립문은 채마 꽃밭 향해 열려있네.
主翁驅雀黃粱席 주인 늙은인 좁쌀 넌 멍석의 참새를 쫓는데
靑犬來登石上眠 파란 삽살개는 돌 위에 올라가 졸고 있네.
-신광수(申光洙), <水岸小屋 시냇가 조그만 집>
(음: 수류인가수안변 시문개향채화전 주옹구작황량석 청견내등석상면)
이 시의 순후(淳厚)한 풍경 속에는 시인이 아꼈던 삶의 질감과 깊이가 물가의 버들처럼 은은한 눈빛 속에 드리워져 있는 듯 합니다. 한시의 멍석에는 옛날과 지금을 잇는 소박한 짚들이 깔려 있어서 옛사람의 마음과 지금 우리의 마음이 함께 도란도란 앉아서 흥겹게 시정을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삶의 정경 속 담겨진 늘 변치 않는 생의 훈훈한 가슴이 스며 배어 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흐르던 물도 흐르다 버들 그늘에 잠시 쉬어 가는 곳, 그 눈 맑은 물가 언덕의 집! 물기 묻은 버들 그늘의 껍질 너머로 채소 밭 향해 사립문 활짝 열어 논 조그만 집이 있습니다. 풋풋한 채소 향기 물컹대는 그 소박한 집 속엔 멍석에 널어 논 노란 좁쌀을 노리는 작은 참새들이 있고, 그 참새를 쫓는 주인 늙은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참새와 할아비가 '노란 좁쌀'을 사이에 두고 긴장의 실을 잡아당기고 있는 사이, 그 곁에 파란 삽살개는 이엔 아무 아랑곳없이 돌 위로 올라가 잠을 잡니다. 하나는 한참 바쁘고 또 하나는 한참 한가합니다. 바쁨과 한가함이 그렇게 서로 다른 빛깔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 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꽃은 고작 채소밭에 핀 꽃처럼, 촌스럽고 소박한 것들이지만, 그 작은 이야기꽃에 담겨진 순후한 삶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정겨운 것이라…, 더 넓은 삶의 가슴으로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 시의 멍석에는 시간의 사립문을 넘어, 물의 미소 같은 물기 묻은 시간이 '청삽살'의 한가한 졸음 곁으로 우리를 가만히 데려가는 듯 합니다.
묵은 시간들을 쓸어내고 옛날과 지금을 정겹게 한 자리에 들앉히는 시의 멍석, 그것은 글자들이 만드는 멍석인 까닭에 아무리 많이 펴고 앉아도 결코 닳지 않을 것입니다. 많이 펴면 많이 펼수록, 우리 생의 질박한 한 도구가 되어줄 멍석, 그 글자의 멍석에 그대의 그늘이 늘 오래도록 드리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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