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전기처럼 나를 방류시킨 내가 있다.
어떤 것은 벌써 나를 탕진해버렸다.
내가 아무것도 없다 나 아닌 내가 너무 많다.
오늘은 몸의 문을 잠그고
친히 국문을 해보아야겠다.
굵은 밧줄로다 칭칭 온몸 묶고
능지처참할 육신에 육실헐 마음까지 무릎 꿇려놓고
벌겋게 달아오르는 숯불 화로 켜놓고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지지고 볶고 나 아닌 내가 너무 많이 들어 있는
나를 빠져나가버린 대신 뻔뻔하게 앉아 있는 나를
사지육단을 불태워야겠다.
변명하는 입의 꼬리지느러미들
발버둥치는 항문까지 내남없이
문 걸어잠그고
추스릴 뼛조각 하나도 남김없이
불인두에 살타는 냄새 진동하도록
볼래, 안 불래?
몸의 문 꼭꼭 잠그고 나를 조져야겠다
누전된 삶에 새 휴즈 하나 갈아 끼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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