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 이정하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 좋아하는 시 2005.12.01
그대, 아무 것도 쓸 수 없는 백지같은 그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백지같은 / 최 옥 처음부터 그대는 백지였다 쳐다만 봐도 말문이 막히고 하얀손수건처럼 자꾸만 서러워졌다 적고 또 적어도 내 마음 다 쓸 수 없는, 읽고 또 읽어도 그대 다 읽지 못할 처음부터 그대는 내가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백지... 혼자하는 사랑에도 기쁨이 있다면 함.. 좋아하는 시 2005.12.01
은사시나무에게 은사시나무에게 / 양현근 엷은 바람에도 저토록 몸을 떨고 있는 것은 이승에 지은 죄가 많거나 네가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은 탓일 게다 백 마디 말보다 투명한 심중의 몸짓으로 엷기만 한 부재를 확인해 보고 싶은 거다 별 되지 못한 삶의 어룽들 후둑후둑 빛 꺾으며 하얗게 다짐하고 싶은 거다 세상.. 좋아하는 시 2005.12.01
그 숲에 당신이 있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좋아하는 시 2005.12.01
잠 들지 못하는 새 잠들지 못하는 새 신 새벽 애닯은 새 소리 전선 넘어 하늘 길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같은 그리움 서리 내린 들녁의 스산한 슬픈 사랑의 눈물 떨군다 비 내리기 전 원인 불명의 바람은 감나무 가지 흐릿한 환영 환청 처럼 혼미한 무아지경 잡히지 않는 유령 하나 유리창을 넘나 들며 간 큰 도적.. 좋아하는 시 2005.12.01
물 같은 사랑 물 같은 사랑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생활 영역 속으로 스며들어가 졸졸대며, 당신의 일상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먼 곳에 시선을 던지고 뭔가를 고민하고, 우울해 할 때 나는 졸졸 물소리를 내며 당신의 혈관을 흘러가는 음악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그릇 앞에서 나는 당신의 그릇 모.. 좋아하는 시 2005.12.01
달팽이는 말한다. 달팽이는 말한다 / 밀알 내가 해 저물도록 느리게 가는 것은 빛나는 발자취를 남기기 위함임을 몰랐지 다람쥐같이 약삭빠른 놈은 누구나 잡으려고 안달이지만 나 같은 느림보는 지겨워서라도 안 쳐다보지 내가 뿔 두 개 세우고 가는 것은 위협이 아니라 그만치 목표가 뚜렷하다는 것 장애물에서 잠시 .. 좋아하는 시 2005.12.01
주저 않아 버리는 날 주저 앉아 버리는 날 길 모퉁이를 돌아 어두운 골목길을 오르며 지친몸을 추수리고 수은등 밑에 주저 앉습니다 등 밑으로 따듯한 온기가 모여 듭니다. 불 밝혀지는 그만큼의 이자리만 세상이였음 싶습니다. 세상이 하도 넓어서 갈곳이 없고 세상이 하도 멀어서 떠나질 못합니다. 온전히 지금 앉은 이.. 좋아하는 시 2005.12.01
갈증 / 채석준 갈증/채석준 비가 종일 내려도 저기 낮은산 하나 다 적시지 못하고 강이 저리 흘러도 저기 마른풀 하나 다 적시지 못하는데 그리워 마른 가슴 소리내어 운다고 다 적실수 있을까? 좋아하는 시 2005.12.01
말없이 서서 바라보며 / 안병찬 말없이 서서 바라보며 詩. 안병찬 그대 가슴에 홀로 서 있는 날에는 비가 내린다. 힘겹게 마주하고도 말없이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대. 맺힌 이슬 미풍이 떨군다. 그토록 쏟아지던 지난밤 빗줄기, 못내 삭히지 못하고 일상을 휘감는 그대의 뿌리여. 곁에 나란히 서서 젖은 걸음, 한 발 뗄 수만 있어.. 좋아하는 시 200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