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박해석 속잎 돋는 봄이면 속잎 속에서 울고 천둥치는 여름밤엔 천둥속에서 울고 비 오면 빗속에 숨어 비 맞은 꽃으로 노래하고 눈 맞으며 눈길 걸어가며 젖은 몸으로 노래하고 꿈에 님 보면 이게 생시였으면 하고 생시에 님 보면 이게 꿈이 아닐까 하고 너 만나면 나 먼저 엎드려 울고 너 죽으면 나 먼저 무덤.. 좋아하는 시 2010.09.19
몸의 문을 잠그고/박해석 불량 전기처럼 나를 방류시킨 내가 있다. 어떤 것은 벌써 나를 탕진해버렸다. 내가 아무것도 없다 나 아닌 내가 너무 많다. 오늘은 몸의 문을 잠그고 친히 국문을 해보아야겠다. 굵은 밧줄로다 칭칭 온몸 묶고 능지처참할 육신에 육실헐 마음까지 무릎 꿇려놓고 벌겋게 달아오르는 숯불 화로 켜놓고 네.. 좋아하는 시 2010.09.19
우화의 꿈/오탁번 대나무를 기르는 사람이 영 대쪽같지 않고 난을 기르는 사람이 난커녕 잡초 되어 살아가는 한 많은 한세상 나의 삶이 끝나면 블랙홀 근처 조선 소나무 가지 위에 나는 매미나 한 마리 되어 맴맴맴 우주가 떠나가도록 울어는 보고 싶다. 좋아하는 시 2010.08.17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 좋아하는 시 2010.05.15
나의 해에게 (딸에게 받은 글) 6월 1일 월요일 모든건 제자리 여느때와 같이 오늘도 내곁을 지키고 머리위에 떠있는 너도 제자리 괜찮다 괜찮다 애써 웃고 떠들어도 여전히 니 자리는 내 머리 위구나 보고싶다 안아보고싶다 닿을 듯 말듯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어본 적이 없는 요즘 세상사 모든 일이 다 내고민인 양 어.. 좋아하는 시 2009.06.06
아침 햇살 / 양현근 습한 기억들로 소급하지 못한 날들을 맴돌지라도 맑은 세상 풀어지는 넉넉함이고 싶다. 아무리 저어도 빈 손 뿐인 손 울림이어도 주고 나서 비어있음이 오히려 기쁨이었음을 깨닫고 싶다. 새벽 어스름 저자거리 선잠 깨우는 아침 이슬이고 싶다. 좋아하는 시 2009.05.17
작은 들꽃에게 작은 들꽃에게 / 윤여선 이 짧은 세상에서 얼마나 그 긴 사랑을 하려고 날마다 거침없는 그리움의 무덤을 만들고 울며불며 온갖 소유의 싹을 틔우느냐. 소유한다는 것은 불행과 욕심의 시작인것을 인간의 부질없는 일인것을. 모르느냐. 넓은 하늘을 보아라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소유라는 것이 .. 좋아하는 시 2007.07.21
누가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누가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김영은 누가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소름으로 퍼져 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은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가로 떠나고 .. 좋아하는 시 2006.05.28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좋아하는 시 2006.03.01
봄 길 봄 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 좋아하는 시 200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