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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방울꽃 2006. 5. 28. 17:01
누가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김영은

누가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소름으로 퍼져 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은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의 골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다.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하기에
그 나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젊은 날의 내 안의 파도를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사십만 넘으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하루 빨리 사십이 되기를
무턱대고 기다려 왔었다.
진정 불혹임을 철석같이 믿었었다.


사십은 어디를 향해서 붙잡는 이 하나도 없건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바람부는 날이면
가슴 시리게 달려가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미친듯이 가슴이 먼저
빗속의 어딘가를 향해서 간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 버리는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온몸엔 소름이 돋고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그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늙어 가지만
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정신은
새로운 가지처럼 어디론가로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 한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되는 나이

나라는 존재가 적당히 무시 되어 버릴수 밖에
없었던 시기에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 버린 나이


피하에 축적되어 불룩 튀어나온 지방질과
머리속에 정체되어 새로워 지지 않는 낡은 지성은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
체념 하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
포기하자니 내 남은 날이 싫다하네.


하던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난 싫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난 받아 들이고 싶지가 않다.

이제 사십을 넘어 한살 한살
세월이 물들어 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갈수록 내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 하기만 한데...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완전한 삶의 자세일 뿐일 것 같다.

마흔이 지나 이제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사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빛 높게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도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끝의 라일락 향기도 그 모두가
다 내 품어야 할 유혹임을
끝없는 내 마음의 반란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사소한것 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것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수 없는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꿈을 먹구 사는게 아니라
꿈을 만들면서 사랑을 그리워 하면서 사는게 아니라
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수 있는 그런 나이로
진정 사십대를 보내고 싶다.

사십대란..?
불혹이 아니라 흔들리는 바람이고
끝없이 뻗어 오르는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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