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교실(최원현 강의)

제14강]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 7. 쓰는 것이 왜 어려운가 ③

방울꽃 2006. 8. 23. 22:25
제14강] 쓰는 것이 왜 어려운가 ③


수필의 구성 요소와 참신한 주제 찾기


우리는 흔히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작품)을 쓸 수 있는가란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에 확실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쓰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고, 또 같은 작품이라도 그 작품을 읽는 사람의
개인차에 따라서 평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쓴 글이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읽는 사람이 좋다고 느끼지 못하면 결코 좋은 글이라고 할 순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거나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그런 작품을 우리는 좋은 글, 좋은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필 쓰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면 될까요?

수필은 너무 많은 이론에 매이다 보면 오히려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들이 구속의 요인이 된다면 그 글은 이미 순수한 의미에선 허구에 가담했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동안의 습작 또는 작품 활동이라는 훈련을 거친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한 편의 글이 우러나오는 것은 그가 상당한 훈련을 통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의 경지를 이룩한 결과이며, 다른 사람들의 그러한 경험을 들음으로써 나의 작품 활동에도 큰 도움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수필 쓰기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런 1단계로 수필 쓰기를 어려워만 하지 않고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하여 먼저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수필의 구성 요소

수필은 형식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아니 '형식이 없는 것이 수필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형식이 없는 그 형식이 수필의 형식이라면 어려운 말이 될까요?
일정한 틀이나 요건만 갖추면 그것이 좋고 나쁜 차이는 있을지언정 형식면에서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제반 문학 장르들인데 비해 수필에선 그런 형식을 주장하지 않다보니 그러한 장르로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모든 부류를 수필류에 포함 시키는 것 같아 준 문학 장르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결코 수필이 형식이 없는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형식을 중시하는 것이 수필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수필의 구성요소를 중시합니다. 구성요소를 충족치 못하면 수필다운 수필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필을 쓸 때 4가지의 구성요소를 말합니다.
바로 주제(主題)와 제재(題材)와 구성(構成)과 표현(表現/描寫)입니다.
즉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나타내려는 핵심적인 사상이나 중심적 의미인 主題,
그러한 사상이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선택하는 소재 또는 제재(題材),
이런 선택된 재료들을 치밀하게 얽어짜서 조화를 이루고 의미화 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인 構成,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생명력 있게 작품으로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는 알맞고 효과적인 표현인 描寫,
이러한 일련의 유기적 관련의 작업이 전혀 꾸밈 없이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져 한 편의
글로 완성 되었을 때 우린 좋은 글이라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글을 있게 하는 주제와 소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2. 참신한 주제와 소재 찾기

1) 좋은 수필의 첫째 요건은 무엇보다도 문장이 솔직하고 소박하여 진솔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저 아름다운 말로 꾸미려만 하다보면 진실과 멀어지기 마련이고 독자의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는 허약한 내용, 겉치레로 넘치는 문장이 되어 진솔성을 저버리게 됩니다.

좋은 글, 좋은 수필이란 무엇보다도 독자를 감동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글이 되는 표현 곧 문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그 문장은 작자의 품격이 스며난 것으로서 아주 잘 익은 술처럼 은은한 향기로 작자의 사상과 감정이 넘쳐나게 하는 것입니다.

2)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참신한 주제와 소재 찾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대개의 작가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수필은 자기의 주장을 아주 강하게 말하는 것도, 또 너무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그렇다고 자기 독백처럼 되어서도 아니 되는 문학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특출하게 한다고 해서 너무 기발하거나 괴벽스러운 것도 참신성을 잃기는 마찬가지고,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해도 그렇습니다.
결국 참신한 주제와 소재란 다른 사람은 겪지 못하는 나만의 독특한 체험일 것이고, 그것이
충격적으로 자신을 지배하는 것, 남보다 더 많은 생각과 주의 깊은 관찰 속에서 자기만의 것을 찾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동일한 사건도 자기만의 눈, 자기만의 생각, 특유한 자기만의 체험이 될 수 있을 때 참신성이 돋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이러한 참신성이야말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맛이요 멋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필의 주제는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은근하게 시사만 해 주어서 독자가 자기 수준에서 깨닫게 해주어야 하며, 적당히 여백의 여유를 주어야 여운으로 오래 남게 되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이야말로 우리가 꼭 새기고 있어야 할 사항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수필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주제와 소재 찾기의 어려움이요, 또 찾아내는 그러한 주제와 소재가 진부한 것들이 아닌 참신한 것들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수필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수필 쓰기의 제1 관건은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와 무엇으로 쓸 것인가인데 그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많은 작품을 접하면서 나름대로의 생각 넓히기, 생각 깊이하기, 색다르게 생각해 보기 등을 해야만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원고량이 정해지는 경우 같으면 더욱 힘이 듭니다.
그냥 길이에 구애됨이 없이 쓰는 글도 쉽지 않은데 원고 매수에 맞춰야 할 때는 내용을 대폭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목을 붙이는 것,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할 때 맞이하는 아주 큰 어려움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마무리 한 문장을 만들지 못해 몇 달을 퇴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주제와 소재를 얻게 되면 수필 쓰기에 들어가는데 이 때 가장 주의 할 일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단어로만 나열하려 한다던가, 내가 읽었던 아주 아름다운 문장처럼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벌써 진실하고 솔직한 글로 나아갈 길을 잃게 됩니다.
소박하게, 담백하게 얽어가서 시원함이 감돌고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감지되게 해야 좋습니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글에 지나친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것도 같고, 안한 것도 같으면서 품위와 격조를 유지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 수필은 바로 그런 글입니다.

그러나 역시 그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원고 청탁을 받고 급하게 썼던 글이 한 편 있습니다.
그런데 원고량이 1천자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초고에서 1,800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줄이니 1,400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더 줄여서 1,100자 정도로 만들어 보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없는 버리기를 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버리기는 버리되 버려도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주제, 소재, 구성, 표현을 살펴보며 집이 무너지지 않게 서까래를 몇 개 빼내는 작업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조금 지나치게 너무 빼면 집이 무너져 버리는 것처럼, 너무 빼다 보면 처음에 내가 말하려 했던 핵심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좋은 글이 되지 못하는 위험을 낳게 됩니다.

그 예는 다음 강의에서 직접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