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교실(최원현 강의)

제15강]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 7. 쓰는 것이 왜 어려운가 ④

방울꽃 2006. 8. 23. 22:26
제15강]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 7. 쓰는 것이 왜 어려운가 ④


또 하나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한 습작과 수련입니다.
그 습작과 수련에 대해서 윤오영의 <수필작법>에서 제시한 내용을 중심으로
습작과 수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의 편의상 내용을 재구성합니다)

* 습작과 수련(3)
- 윤오영의 <수필작법>에서-

글은 거저 쓰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냥 한 편의 글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글을 읽지도 않고 글을 쓰려는 것은 밑천도 들이지 않고 장사를 하려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읽어도 써 보지 아니하면 안고수비(眼高手卑)격이어서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목수(木手)나 석공이 되려면 먼저 끌 구멍을 파고 대패질을 하는 데, 징을 대고 망치질하는 데도 많은 수련을 쌓은 뒤라야 비로소 공예품이나 조각에 착수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은 습작과 수련을 하라는 것입니다.
등단을 하려면 시나 소설은 보통 2회의 추천이나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장하게 됩니다.
추천제이건 신인상제이건 많은 수련을 거친 결과일 것입니다.
수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필이라고 대번에 써서 될 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현재 수필다운 수필이 드문 이유의 하나입니다.

구양수는 단 다섯 자를 쓰기 위해서 수십 매의 원고를 버렸고,
육방옹은 만 수천 수의 시를 쓴 시인이지만 8천 수가 넘은 뒤에야 남 앞에서 서슴지 않을 시를 쓸 수가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이태백이 쇠절구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다시 들어가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 않습니까?

천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투른 글을 빨리 발표할 일이 아닙니다.
자기의 글이 처음 활자화됐을 때의 기쁨은 큽니다.
그러나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반드시 직업 문인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문단인과의 교유, 문학단체에 참가함으로써 문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분투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고독의 길을 가고, 스스로 자기를 키워나가는 길입니다.
원래 수필은 고독의 소산입니다. 이것이 싫다면 정치나 사회활동을 할 일입니다.

그러면 수필이란 현실도피의 문학인가 하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야 참여문학일 수도 있고 비판, 투쟁, 혁명의 문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예란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이란 연마가 필요합니다.
연마를 하는 데에는 또 일정한 기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혼자 대성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보면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선 한 자리 뚫고 앉아서 정진해야 한다고.

그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당선작가나 출세한 작가들이 그 후에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예가 많고,
기성 작가들도 얼마 안 가서 관록으로 한몫 보고 있는 예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나라 때 시인 최호는 황학루(黃鶴樓) 시 한 편으로 이백을 압도하고 당나라 시단의 제 일인자로 후세에 길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단 한 편이라도 걸작을 낼 수만 있다면 많이 발표하지 못한 것을 한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문학수필다운 수필이 별로 없는 것도 오로지 기초적인 수련의 과정을 밟지 아니했다는 데 중대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수필이 다른 문학보다 수준이 낮다고 할 것이니 이것도 소설이나 시나 평론을 쓰는 문학가가 그 여세를 빌어 쓴 것 외에 전문가가 드물다는 데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초적 수련을 잘 하여 출발한다면 일약 웅비하여 수필문학의 개척자로서의 영광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초심자들이 커다란 야망을 갖고 원대한 출발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글을 썼으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퇴고를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일사천리의 속필이 재주가 아닙니다. 한 자 한 자 쪼고 쪼아서 정밀하게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또 방망이를 못 맞은 글이란 자기만족에 그치고 때를 벗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소설이나 시는 평론가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수필은 평가하는 이가 드물기 때문에 항상 자기류에서
만족하고 만다는 것도 수필이 발전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친구나 선배의 비평을 듣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칭찬하는 이가 있으면 두 번 다시 찾아갈 필요가 없지만, 결함을 지적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헐뜯기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이것이 항상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글의 결함을 밝혀 주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꾸준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수련을 하고, 자기의 결함을 지적해 주는 사람을 찾아 그 결함을 시정하며, 정진해 갈 때 한 편의 좋은 수필을 써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 최근에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낸 '태학 산문선'에 윤오영 산문집 <곶감과 수필>(정민 편집. 값6,000원)이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수필 쓰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과제] 내가 수필을 쓰면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
수필을 공부하면서, 또 수필 쓰기를 해 보면서 어떤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 되던가요?
그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