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작 취작 술 한잔에 담긴 기쁨을 풀려면 얼큰한 해장국이 필요하고 술 한잔에 담긴 아픔을 풀려면 같이 마셔줄 친구가 필요하고 술 한잔에 담긴 외로움을 풀려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면 그만이고 술 한잔에 담긴 추억을 풀려면 눈물 한방울을 떨궈야 하고 술 한잔에 담긴 그리움을 풀려면 눈물을 마셔.. 좋아하는 시 2005.12.03
삼킬 수 없는 노래 삼킬 수 없는 노래 시크리드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갓 부화한 새끼들을 제 입 속에 넣어 기른다 새끼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그들은 자신의 입을 택한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미소처럼 머금은 시크리드 물고기 사람들아, 응시하라 삼킬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머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 좋아하는 시 2005.12.03
채석장에서 채석장에서 무너진다는 것은 모두 절망이 아니다. 무너진 세월의 아픈 흔적을 따라 사람들이 떠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다시 망치질을 한다. 빈틈없는 하루의 시간들을 힘껏 내리치면서 흩어지는 일상을 바라보면 무너지면서 더 단단해지는 것이 있다. 채석장 구석마다 몰래 피어나는 일년초 풀잎에 숨.. 좋아하는 시 2005.12.03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 좋아하는 시 2005.12.02
깊은 가을에 깊은 가을에 / 원 성 색 바랜 이끼는 돌계단 모퉁이에서 숨을 거두고 뻐꾸기는 둥지를 떠난 지 오래됐다. 스치는 바람은 제법 차가운데 노렇게 말라 버린 풀 향기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푸름을 떠나보낸 들녘에 초연히 가을을 탓하지 않고 빈 하늘의 하얀 조각들은 시간도 잊었나 보다. 세상을 이별하.. 좋아하는 시 2005.12.02
비가 오면 당신이 보인다 비가 오면 당신이 보인다. / 이종인 비가 내리면 맑은 날에도 볼 수 없었던 당신이 보인다 그 많은 빗줄기 그 오랜 빗소리 사연을 풀어놓아도 젖지 않는 당신은 오직 한가지 이별 한가지 사랑을 이야기 한다 햇살에 분산된 그날의 그리움이 만삭의 새가 되어 처마 밑으로 날아오고 나는 당신의 추억 속.. 좋아하는 시 2005.12.01
중년의 사랑 숨다가 나오다가 (중년의 사랑) 새로울것도 거둘것도 없는 저무는 벌판에 멈출 수 밖에 없는 단 한번의 그 늦가을 날 오히려 더푸른 대나무처럼 악기가 되었다가 화살이 되었다가 사군자가 되었다가 좀체로 만날 수 없고 도대체 만날 수 없었던 그런 우연앞에 소리없는 메시지는 눈에 박혀 숨다가 나오.. 좋아하는 시 2005.12.01
어쩌다 하루 쯤 어쩌다 하루쯤 내 이름을 의복처럼 벗어놓고 거리로 나가 세상의 먼지바람, 그 바람을 느끼고 싶다 얌전히 단추가 채워진 신사의 윗저고리가 정답인가 화려한 불빛아래 춤추는 관능적인 무희처럼 세상을 유혹하고 싶어 하나의 사건이 되고 싶어 쇼윈도에 진열된 마네킹처럼 차단된 공간에 스스로 갇.. 좋아하는 시 2005.12.01
그대는 모르더라 그대는 모르더라 창문에 매달린 빗방울 되어 그대에게 스미려 해도 매번 그 차가운 눈빛에 얼음으로 떨어져 버리고 그대가 비 되어 진종일 가슴을 후려칠 때면 피하지 못하고 다 받아 불어나는 두 눈물로 해일이 이는데 모르더라... 그대는 모르더라 보고 싶은 간절함에 난 매일 억장이 무너져 억수비.. 좋아하는 시 2005.12.01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 좋아하는 시 200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