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까닭 /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 좋아하는 시 2005.12.07
그냥 좋은 것 그냥 좋은 것 / 원태연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 좋아하는 시 2005.12.07
사랑 하나 사랑 둘 사랑 하나 사랑 둘 사랑은 하나일 때도 둘일 때도 있어요 하나일 때는 내 가슴에 담은 사랑으로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일 때고 둘일 때는 내 가슴에 담은 사랑이 어느 새 기억 저 편에 서 있을 때입니다. 그래서 하나는 기다림이고 둘은 그리움입니다. 좋아하는 시 2005.12.07
누가 끝을 보았나 누가 끝을 보았나 / 이상백 겨울 강을 바라 보며 우리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말라 물이 넘칠 때도 강이라 했고 흐르던 물이 말라 버리던 때도 우리는 강이라 불렀는데 지금 얼음 어는 마음이라 하여 우리가 여기를 강이라 부르지 않는 다면 물이 물로 이어지고 길이 길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들 중에.. 좋아하는 시 2005.12.07
별을 쳐다보며 노천명 - 별을 쳐다보며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댔자 또 미운 놈을 혼내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 무엇입니까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 좋아하는 시 2005.12.07
선운사 동백 선운사 동백 / 임 보 이른 봄 봄바람에 바람이 들어 선운사 동백밭에 동백보러 갔더니 동백도 중들도 다 문걸어 닫고 감나무 벗은 가지 외진 절마당 동박새만 떼로 몰려 지저귀는데 빈 하늘에 온 종일 열린 대웅전 나무 부처 몇 놈만 떨고 앉았네 좋아하는 시 2005.12.07
너는 바람이었다. 너는 바람이었다 마음을 빼앗기고도 멈추지 못하고 사랑을 간직하고도 머물지 못하는 너는 바람이었다 여린 꽃잎의 향기를 품은 바람이었다. 내 전부를 버려도 가질 수 없고 온 마음을 주어도 잡을 수 없는 너는 바람이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눈부신 태양은 어제와 같으나 세월은 가디.. 좋아하는 시 2005.12.03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그리움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그리움 / 최 옥 내 사랑은 울지 않아도 늘 젖어 있는 낙타의 눈빛 같은 것일지도 몰라 온통 메마른 사막속에서 온몸이 갈증에 허덕일 때도 눈빛만은 홀로 젖어서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낙타처럼... 한밤중 문득 잠이 깬 순간 올 수 없는 당신이 무작정 그리워질 때 난 낙타의 그 눈.. 좋아하는 시 2005.12.03
그대, 아무 것도 쓸 수 없는 백지같은 처음부터 그대는 백지였다/ 최 옥 쳐다만 봐도 말문이 막히고 하얀손수건처럼 자꾸만 서러워졌다 적고 또 적어도 내 마음 다 쓸 수 없는, 읽고 또 읽어도 그대 다 읽지 못할 처음부터 그대는 내가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백지... 혼자하는 사랑에도 기쁨이 있다면 함께 하는 사랑은 얼마나 큰 기쁨 있을.. 좋아하는 시 200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