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그늘에 서서/시의 붓끝이 전하는 꽃향기 昨夜韶光返古査 지난 밤 봄빛이 늙은 아기위나무에 돌아왔나니 南山經雨更添花 남산에 비 지난 후 꽃이 더 더해졌네. 枝枝生出天工筆 가지마다 생기로운 하늘의 붓끝…, 安得芳香散萬家 어찌하면 저 꽃향기를 온 세상에 흩으리요. -최옥(崔 ), <蒼臺花朝 창연대의 꽃 핀 아침> (음: 작야소광반고.. 한 시 2005.12.02
한시의 그늘에 서서/어인이 만든 비오는 날의 산수화 下却扁舟立釣磯 조각배에서 내려 낚시하는 바위 가에 섰거니 一江風細雨絲絲 온 강엔 바람 가늘고 비는 실실이 오누나. 蓑衣蒻笠眞成畵 도롱이에 부들모자로 참으로 그림을 이루었으니 遮莫渠 未解詩 저 사람이야 시 지을 줄 모른 들 어떠하리. -이숭인(李崇仁), <冒雨過東安江書所見 비를 무릅쓰..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달과 꽃을 데리고 오는 눈 不夜千峯月 밤 아닌데 천 봉우리마다 달빛이요, 非春萬樹花 봄 아닌데 만 그루에 꽃이 피었네. 乾坤一點黑 천지 사이 한 점의 검은 빛 城上暮歸鴉 저물녘 돌아가는 성 위 까마귀뿐…. -정창주(鄭昌胄), <詠雪 눈을 읊다> (음: 불야천봉월 비춘만수화 건곤일점흑 성상모귀아) 그대여 시인이 9살에 썼..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겨울밤을 채질하는 시 雪逼窓虛燭滅明 눈 내리는 빈 창에 촛불 가물거리는데 月篩松影動西榮 달은 솔 그림자를 채질하여 서쪽 처마에 일렁이네. 夜深知得山風過 밤 깊어서야 알겠거니 산바람 지나는 줄을, 墻外蕭騷竹有聲 담 넘어로 댓잎 사운거리는 소리…! -이우(李 ), <羽溪東軒韻 우게 동헌에서> (음: 설핍창허촉..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마음을 기댈 수 있는 기둥 曉月空將一影行 새벽 달빛에 공연히 내 그림자를 데리고 걷노라니 黃花赤葉正含情 누런 꽃 붉은 잎이 정히 정을 머금었네. 雲沙目斷無人問 아득히 구름 낀 모랫벌, 물을 길도 없느니 倚遍津樓八九楹 누에서 이 기둥 저 기둥에 계속 기대기만 하여라. -노수신(盧守愼), <十三日到碧亭待人 십 삼일 벽..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뼈만 남은 소나무 骨立千株復萬株 뼈만 서 있는 천 그루 다시 만 그루 凶年曾不惜肌膚 흉년에 일찍이 제 껍질을 아끼지 않았네. 嗟我 持河內節 아아, 나는 부질없이 '하내(河內)의 부절'만 지니었으니 豈徒羞煞汲大夫 어찌 다만 '급대부'에게만 부끄러우리요. -김종직, <道傍松皮剝盡 길가에 소나무 껍질이 다 벗겨짐..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마음에 비추는 물의 거울 鏡面磨平水府深 거울 면인양, 갈아놓은 듯 편편한 '물의 마을'은 깊은데, 只監形影未監心 다만 모습과 그림자만 비출 뿐 이 마음은 비추지 않네. 若敎肝膽俱明熙 만약 간과 쓸개까지 함께 밝게 비출 양이면 臺上應知客罕臨 대 위로는 응당, 오르는 이 드물 것을…! -박수량(朴遂良), <鏡浦臺 경포대>..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글자 속 마음의 집 閉門終不接庸流 문 닫고 종일을 용렬한 무리들 접하지 않으니 只許靑山入我樓 다만 푸른 산이 내 누에 들어옴을 허락할 뿐. 樂便吟 便睡 즐거우면 시를 읊고 게을러지면 문득 잠을 자노니 更無餘事到心頭 다시 다른 일일랑 이 마음에 닿을 것 없노라. -김구용(金九容), <野莊 시골 별장> 그대여,..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꽃그늘 아래 흰둥개 吾家一白犬 우리집 흰둥개 한 마리 見客不知吠 손님을 봐도 짖을 줄 모르네. 紅桃花下宿 복사꽃 아래서 잠을 자나니 花落犬鬚在 꽃은 떨어져 개수염에 있느니. -황오(黃五) <幽興 그윽한 흥> '그윽한 흥'이란 재목의 이 시는 한시에선 드물게 개 한 마리에 어느 봄날의 그윽한 흥의 전부가 집중되어 ..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마음이 눈뜨는 소리 雨過雪山濕 비 지난 설산은 젖어있는데 泉鳴石竇寒 샘물은 울어 돌 틈은 스늘하네. 秋風弘葉路 가을 바람 붉은 낙엽 길 僧踏夕陽還 스님은 석양을 밝고 돌아오네. -미상, <悟道頌 깨달음의 노래> 그대여 `마음이 눈뜨는 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마음이 눈뜨는 소리는 우리 내면 속으로 흐르는 영.. 한 시 200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