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그늘에 서서/마음 항아리에 담은 달빛 山僧貪月色 산승이 저 달빛에 욕심이 생겨 幷汲一甁中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에 도착하면 그때서야 응당 깨달으리니, 甁傾月亦空 병이 기울자 달 또한 비는 것을. -이규보(李奎報), <詠井中月 우물 속 달> 찰랑이는 선미(禪味)의 물결이 달빛과 물빛 양 사이에 재미있게 스..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새벽 비에 담긴 마음 小雨絲絲濕一庭 작은 비가 실실이 온 뜰을 적시는데 寒鷄獨傍短墻鳴 추운 닭은 홀로 짧은 담장 가에서 우네. 幽人睡起身無事 묻혀 사는 이, 잠에서 깨어 아무 일 없느니 徒倚南窓望翠屛 다만 남창에 기대어 푸른 병풍을 바라보고야. -강백년(姜栢年) <曉吟 새벽에 읊다> 한 편의 시에는 한 줌의 글..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아버지의 제삿날 百感中宵獨坐危 한밤중 온갖 정회에 홀로 무릎 꿇고 앉았느니 此心唯有鬼神知 이 마음 오직 영혼께서나 아실 테지. 掠簾風過燈微動 발을 스치는 바람에 등불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却似當年侍疾時 도리어, 병중 아버지 모시던 그 때만 같아라. -홍세태(洪世泰), <先忌日夜起獨坐愴感口占 아버지 제..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뱃속에 든 시 黃花笑我解官遲 벼슬 떼인 게 늦었다고 국화는 비웃을 테지, 酒熟花前可一 술 익었으니 꽃 앞에서 한 잔쯤 들이킴직도 하여라. 榮辱不關身外事 영화와 치욕일랑 이 몸 밖의 일이니, 鬼神難奪腹中詩 내 뱃속에 든 시야 귀신도 뺏기 어려우리. -홍세태(洪世泰), <罷官 벼슬을 그만두고> 그대여 여..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영혼의 시간 속 薔薇花落燕啣泥 장미꽃은 떨어지고 제비는 진흙을 물어 나르는데 深下 簾午漏遲 황색 주렴 깊이 내린 낮 시간은 더디구나. 想極自然看似睡 상념이 극에 이르러 절로 자는 듯 보이거늘 侍兒何事打黃 아이야 무슨 일로 꾀꼬리를 날리느뇨? -임제, <古意 옛 마음> 그대여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 ..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물 바라기 白石淸流亂樹間 하얀 돌 위 맑은 물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흐르느니 曹溪門外坐忘還 조계 문 바깥에서 돌아갈 걸 잊고 앉았다가 眞源未 世緣在 진원(眞源)을 못 더듬고 세상 인연 남아 있어 此水此身俱出山 이 물 따라 이 몸도 함께 산을 나가누나. -임제, <次韻贈太能 태능에게 지어줌> 아마도 이..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그림움들을 데리고 雲樹重重落照斜 구름 나무 겹겹인데 저녁 볕 기우느니 亂山靑映白茅家 뭍 산의 푸른 빛 초가집에 비치네. 樵兒晩帶村尨下 나무하는 아이는 저물녘 마을 삽살개와 내려오니 一束春柴半草花 한 묶음 봄 나뭇단엔 반이나 풀꽃이네. -김진항(金鎭恒), <耳溪歸路 이계에서 돌아오는 길> 구름 가득 고여 ..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벗과 함게 떠나는 봄 謫宦傷心涕淚揮 귀양살이 신세 마음 상해 눈물 흩건만, 送人兼復送春歸 벗을 보내고 겸하여 봄까지 보내네. 春風好去無留意 봄바람은 잘 가서 머무를 마음일랑 두지 말기를 久在人間學是非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만 배우리니. -조운흘(趙云 ), <送春日別人 봄날 벗을 보내며> 상주 노음산(..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아쉬움의 밀물과 썰물 속 鷄蟲得失雲千變 작은 이해·득실은 구름처럼 천 번을 번하거니 風火生涯夢一般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인생은 꿈과 매일반이라. 杳杳獨尋山路去 아득히 홀로 산 길을 가노라면 滿衣秋葉石床寒 옷에는 가을잎 가득하고 돌 침상은 서늘하겠지…! -박순(朴淳), <送友人歸懸燈山 현등산으로 돌아가는 벗.. 한 시 2005.12.01
한시의 그늘에 서서/삶을 적시는 빗소리 山光當戶碧 산빛은 문에 들어 파랗고 竹意近軒靑 대나무의 정취는 처마 가에서 푸르네. 午睡初醒後 낮잠을 갓 깨고 보니 然聽雨聲 그윽히 빗소리를 드리네. -한응인(韓應寅) <題碧梧軒 벽오헌에 쓰다> 그대여, 그리움은 손과 발이 없어도 우리의 마음을 멀리까지 데려가는 것처럼, 한시 속 글자.. 한 시 2005.12.01